이번엔 세계 최대의 박물관,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다. 뉴욕 자연사박물관보다 몇 배는 더 큰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선 원시인이나 희귀 원숭이가 되살아나는데 그치지 않는다.
우주항공관에서는 갖가지 로켓이 불을 뿜고, 큐피트 조각상들이 사랑의 랩을 부르며, 팝아트 속의 인물과 초거대 링컨 상이 움직이고, 사진작가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의 그 유명한 키스 사진 '전승기념일에 타임스스퀘어에서' 속으로 사람들이 뛰어들기도 한다.
전시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집트의 석판은 무자비한 이집트의 파라오 카문라(행크 아자리아)의 손에 들어가자 지옥의 군대를 깨우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관람객들이 모두 돌아가고 문이 닫힌 적막한 박물관에서 밤만 되면 전시물들이 생명을 얻어 살아난다는 아이 같은 상상력으로 2006년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무려 43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2'가 더 큰 규모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다양해졌다는 것만으로는 신선함을 채우기 어렵다.
대신 '박물관이 살아있다2'는 익숙한 인물관계와 인간적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위협적 위용과는 거리가 먼 미니어처인데도 '먼 산 바라보는' 폼만은 비장하기 그지없는 옥타비우스(스티브 쿠건)는 야생 다람쥐를 타고 모래시계에 갇힌 서부개척자 미니어처 제레다야(오웬 윌슨)를 구하러 달려온다.
무엇보다도 2편의 줄거리는 1편의 박물관 야간경비 래리 데일리(벤 스틸러)가 성공한 공구회사를 팔아치우고 지하에 영구보관될 뻔했던 뉴욕 자연사박물관 전시 캐릭터들을 다시 구해낸다는 설정이다.
영화를 즐겁게 보게 하는 힘은, 역사적 인물의 위엄을 한꺼풀 뒤집어 웃음을 폭발시키는 말장난들이다. "왜 짧다는 말을 하면서 나를 쳐다보는 거야?"라고 흥분하는 나폴레옹, 석판의 신비를 아무리 설명해도 비웃음만 날리는 어린 관람객들에게 결국은 "그냥 장식용이에요"라고 체념하는 파라오 등이 그렇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 도중의 장면도 놓치지 말 것.
숀 레비 감독. 6월4일 개봉. 전체관람가.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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