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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적 추모 분위기 경건하게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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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적 추모 분위기 경건하게 이끌어야

입력
2009.05.2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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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비는 추모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고향 봉하마을 빈소는 물론이고 정부가 전국 31개소에 설치한 공식 분향소, 그리고 대학ㆍ시민단체 등이 설치한 150여 민간 분향소마다 조문 행렬이 길다. 고인을 가까이서 따르거나 지지했던 사람들로부터 시작된 추모 물결은 무심했거나 반대했던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퍼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돌연한 서거가 던진 충격과 슬픔, 안타까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런 순수하고 경건한 국민의 추모 물결이 국가와 사회를 통합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유족 측의 장례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져 '국민장'으로 합의한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가 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말 그대로 범 국민적인 장례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경복궁 앞뜰에서 영결식을 거행하자는 유족 측 요구도 별다른 논란없이 수용될 전망이다. 멀리 김해에서 서울까지 장의 행렬이 오가는 문제가 있으나, 국민적 추모 열기를 고려할 때 큰 장애는 아니라고 본다.

추모 현장에서 흔히 나타나기 쉬운 감정의 폭발이 절제되고 있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 일부가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 총리,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의 조문을 가로막아 우려를 갖게 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격앙된 분위기를 감안해 조용히 감내한 데다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일탈 행동을 적극 만류해 두드러진 불상사로 이어지진 않은 것은 다행이다. 이런 자제력을 유지한다면 고양된 감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분출하는 것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서울 도심의 주요지역과 분향소 주변이다. 경찰은 시청 앞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달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거부하고 대한문 앞 분향소 등에 대해서도 '최대 통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작은 충돌을 빚었고 불씨가 살아 있다. 도심 집회의 폭발력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지만, 길을 가로막은 경찰버스가 추모 시민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추모집회를 최대한 허용하되, 정도를 크게 벗어나는 일탈 행위에는 확고하게 대응해 엄숙하고 경건한 추모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힘쓰기 바란다.

정치권과 사회단체도 '추모 정국'의 향방을 조심스레 가늠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까지 겹쳐 정국이 요동치는 것도 정치적 행보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추모 정국'을 정치 주도권 확보에 이용하려는 조짐도 있다. 민주당이 서울역 분향소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여는가 하면, 경찰의 시민 분향소 저지에 대해 한 총리를 찾아가 항의한 것 등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지난해 촛불시위 때의 '거리 정치'를 재연하려 한다면 국민적 추모 열기를 잘못 헤아리고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다수 국민의 경건한 자세를 정치권부터 본받아야 한다. 29일의 노 전 대통령 국민장이 우리 사회를 성숙하게 이끄는 국민적 추모 행사가 되도록 지혜와 성의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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