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위대한 저력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과시한 역사적 계기는 인터넷 세상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21세기 디지털 경제 시대에 '정보통신 일등국가'의 주인공은 바로 정보기술(IT)과 인터넷 기업인들입니다."(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자 시절인 2002년 12월 '올해의 인터넷 기업상 시상식 및 인터넷기업인의 밤' 행사에서)
'디지털 대통령'으로 불리며 인터넷 보급 활성화에 앞장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IT업계도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역대 국가 지도자들 가운데 노 전 대통령만큼 IT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높았던 지도자도 드물었다. 그런 만큼 IT업계가 받아들이는 충격과 상실감도 클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은 14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정치인을 위한 인물 관련 종합자료 프로그램인 '한라 1.0'을 직접 개발했다.
노 전 대통령의 IT 사랑은 국가 수반 자리에 오르면서 본격화했다. 임기 첫 해인 2003년 당시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정보통신인의 날'에 참석, "IT를 중심으로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며 IT 산업 육성 전략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IT를 바탕으로 정부 운영의 효율성 증대는 물론, 정치와 경제, 교육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명이었다.
청와대 내부의 업무혁신 그림도 그의 손 끝에서 그려졌다.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내 모든 업무 내용 및 문서, 자료 등을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처리하는 'e지원 시스템' 개발에도 직접 참여했다. 이처럼 IT에 대한 그의 남다른 열정에 힘입어 2003년 세계 각국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13위에 머물렀던 우리나라는 2004년과 2005년 연속 세계 5위로 뛰어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IT 산업을 육성하려는 노 전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사이버 공간 역시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인터넷을 국민들과의 '소통 공간'으로 널리 활용한 세계 유일의 지도자였다. 재임 당시 국정홍보처에 올려진 글에 직접 댓글을 달기도 했던 그는 퇴임 후에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 국민들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노력 때문인지 서거 3일째인 25일 현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100만건 이상의 애도 댓글이 게재되는 등 추모 열기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또 그의 생전 모습이 담겨진 이용자자체제작콘텐츠(UCC)와 추모곡들도 줄을 잇고 있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기 위해 참여와 공유, 개방을 특징으로 한 '웹2.0'의 가치를 몸소 보여주신 분"이라며 "우리나라가 오늘날 'IT 강국'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도 인터넷에 대한 그 분의 각별한 애정이 낳은 결과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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