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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휴가 내고" "결석하고"… 봉하마을 끝없는 추모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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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휴가 내고" "결석하고"… 봉하마을 끝없는 추모 행렬

입력
2009.05.2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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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평일인 25일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조문객 수는 일요일이었던 전날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

장의위원회는 이날 오후 들어 동시 분향 인원을 10여명에서 30명으로 늘렸지만, 오후 3시께는 대기 인원이 800여명까지 늘어나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구름 한 점 없이 강한 뙤약볕이 쏟아졌지만, 오후 6시까지 16만4,000여명이 빈소를 찾았다. 평일이고, 전국에 빈소가 설치됐는데도 조문객이 24일보다 3만5,000여명 늘었다.

평일인데도 가족 단위 조문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경기 분당에 사는 박모(38)씨는 "주말에 집안 일이 있어 오지 못해, 오늘 하루 휴가를 냈다"면서 "초등학교 1학년인 딸도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결석하고) 같이 왔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빈소를 찾은 김진수(41)씨는 "오늘 아니면 오지 못할 것 같아 오전 약속을 미루고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해병대를 중위로 전역했다는 손영광(29)씨는 노 전 대통령 영정에 경례하며 '전역 신고'를 해 시선을 끌었다.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 1993년 북한을 방북했던 임수경씨도 빈소를 찾았다. 박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6.10항쟁 때 부산 대각사와 남포동 거리에서 만난 적이 있다"면서 "일선에서 지휘하던 모습, 같이 밤새워 투쟁하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들이 변을 당하고 난 직후) 문재인 전 비서실장과 몸소 조문하면서 위로의 말을 전했었다"고 덧붙였다.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김원웅 전 의원은 모친의 별세 소식을 듣고도 문상을 끝까지 마치고 돌아갔다. 김 전 의원은 봉하마을에 도착하기 30분 전인 이날 오후 1시50분께 차 안에서 모친 별세 소식을 들었지만 별다른 내색 없이 차분하게 분향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해찬 전 총리는 김 전 의원을 직접 배웅하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 박주선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후 조문했다. 전날 조문을 거부당해 발길을 돌렸던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날 오전 5시께 빈소를 찾아 분향했다.

종교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경남 양산시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은 250여명의 스님들과 함께 빈소를 찾아 마을회관 옆 공터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권오성 총무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재일 총회장,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전병호 총회장 등 기독교계 인사 40여명도 영정 앞에 헌화하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조문객들이 늘면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음식 준비를 맡은 최모(54ㆍ여)씨는 "서거 소식을 듣고 어제(24일) 달려왔다"면서 "일이 끝이 없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봉하마을에서 일손을 돕겠다고 자청한 사람은 노사모에 등록된 500여명, 진영새마을부녀회ㆍ적십자ㆍ고향을사랑하는주부들 모임ㆍ자유총연맹 120여명 등 총 620여명이다. 이들은 조문객 안내, 음식 준비, 청소 등을 도맡아 하고 있고, 조문객들 일부도 몇 시간씩 봉사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진영 대창초등학교와 진영중학교도 이날 하루 종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대창초교 학생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첫 등교일인 이날 아침 조회를 묵념으로 시작했다. 재작년 노 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심은 나무에 물을 주던 김기나(12)양은 "뭐든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존경하는 분이 돌아가셔서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진영중의 한 학생은 "2년 전인 1학년 때 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잘 갖고 있다. 내년 2월 졸업식에 참석해주실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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