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초급랭 상태에 빠지게 됐다. 핵실험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카드라고 볼 때 이후 북한은 대미협상에 주력하면서 남한과는 더 높은 담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5일 새벽 북한 언론을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김정일 위원장의 조전을 유족들에게 보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만에 핵실험을 감행한 뒤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렸다"고 자축했다. 사실상 국상(國喪) 중인 남한의 뒤통수를 후려친 격이다. 북한이 목적 달성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25일 핵실험은 그야말로 선을 넘은 비인도적 행태였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25일을 택한 것은 남한의 사정이나 남북 관계는 아예 고려 대상도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의 모든 말과 행동은 미국을 압박해 관계 정상화를 꾀하는 것에만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최근 북한에서 군부 중심의 강경파가 대외 정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분석에 더 힘을 실어 줬다.
이런 북한이 갑자기 얼굴을 바꿔 남한과 대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가뜩이나 북한은 최근 개성공단 관련 남북 2차 접촉의 날짜와 의제를 두고 남한과 신경전을 벌이다 팩 토라져 있는 상태다. 북한은 당분간 미국의 입만 바라보며 핵 실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추가 위협 조치들을 착착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5일을 기점으로 남한의 분위기도 180도 바뀔 것이다. '무자비한 북한과 굳이 협상을 해야 하느냐'는 강경론이 득세하고, 포용론자들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북 정책의 폭도 제한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노골적인 대북 강경책으로 돌아설 명분이 생긴 측면도 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론이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재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남북은 당분간 강 대 강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운영 문제와 개성공단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문제도 당분간 해결이 어렵게 됐다. 오히려 북한이 그간 만지작거려 온 군사분계선(MDL) 북방한계선(NLL)에서의 군사 도발이나 개성공단 폐쇄 같은 카드를 사용, 남북 관계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남북이 남북 관계를 스스로 풀어 갈 마땅한 계기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북미 관계가 풀려 연쇄적으로 남북 관계가 풀릴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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