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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역사박물관 분향소 설치… 외교사절들도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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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역사박물관 분향소 설치… 외교사절들도 조문

입력
2009.05.2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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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전국 62곳에 정부 분향소가 속속 문을 열면서 추모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서울역사박물관 등 정부가 마련한 분향소에는 공무원들의 조문이 두드러졌지만 일반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등.하교길 시간을 이용해 조문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고, '넥타이 부대'들은 점심시간때 분향소를 집중적으로 찾았다.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날 오전 8시15분께 유족 측 대표인 한명숙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안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식 조문이 시작됐다. 오전 9시께 국무위원 등 20여명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한승수 총리는 방명록에 "유지를 받들어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국대사를 비롯 영국, 캐나다, 터키, 베트남, 이란 대사 등 외교 사절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 생전 대척점에 섰던 정치인들의 애도도 잇따랐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격돌했던 이인제 자유선진당 의원은 오전 9시10분께 분향소를 찾아 "정치노선에서는 반대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고인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갖겠다"고 말했다.

1시간 뒤 대선 본선에서 겨뤘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침통한 표정으로 분향소를 찾았다. 이 총재는 "'아무도 원망하지 마라'는 고인의 말씀을 이어받기 위해서라도 고인의 서거가 이해와 화합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원조 보수'인 김용갑 전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정치인 조문객으로는 가장 먼저 역사박물관 분향소를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검찰 책임론의 한 가운데 있는 임채진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11시23분께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정장차림의 임 총장은 시종일관 비통한 표정으로 영정 앞에 묵념 한 뒤 아무 말 없이 분향소를 떠났다.

직장인들은 점심 시간을 이용해 분향소를 찾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역사박물관 분향소의 경우 오전 11시~오후 1시 사이에만 직장인 1,000여명이 조문했다. 회사원 김태연(38)씨는 "너무 허망하게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허탈하다. 비록 열성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대통령으로서 남긴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정부 분향소에는 여행객 등 일반 시민들이 주로 찾았다. 고인이 즐겨 부른 민중가요 '아침 이슬'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는 가운데 점심 시간에는 분향소에서 서울역 1번 출구까지 약 100여m 가량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따가운 햇볕 속에서 1시간 이상 대기하면서 조문하는 열의를 보였다. 방명록에는 '영원히 잊지 못할 님이여', '이제 평안히 잠드소서' 등의 글이 빼곡히 적혔다. 대전에서 출장 온 김세윤(42)씨는 "힘드셨던 일은 이제 뒤로 하고 편히 잠드시길 바란다"고 담담히 말했다.

23일 오후 5시부터 24일 자정까지 2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에도 사흘째 조문 인파로 북적였다. 평일 오후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을 끼고 조문 행렬이 한때 200m 이상 늘어서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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