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25일 임채진 검찰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일인 지난 23일 오전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었다고 밝혔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수사 마무리가 우선”이라며 사표를 반려했지만, 한시적인 조치인 만큼 임 총장의 사퇴는 시기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임 총장은 이날 조은석 대변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접하고 인간적인 고뇌 때문에 23일 출근 즉시 사표를 작성,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임 총장은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큰 충격을 받았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변인은 “김 장관이 사태수습이 우선이라고 사표를 반려했는데,‘사태수습’은 ‘장례절차’가 아닌 ‘수사 마무리’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임 총장은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책임을 지고 검찰을 지휘한 뒤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임 총장이 개인만을 생각한다면 당장 옷을 벗고 싶으실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총장이 사퇴한다면 ‘박연차 리스트’ 수사는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장례가 끝나는 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정치인, 지자체장 등에 대한 수사를 재개해 다음달 초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임 총장의 사퇴와 함께 이인규 중수부장 등 중수부 수사라인 교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고발된 사건을 처리하다가 검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면 수사진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진 역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정치권 등의 퇴진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날도 숨죽이며 하루를 보냈다. 임 총장은 문성우 차장, 한명관 기획조정부장과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것 외에는 공식일정을 갖지 않았다. 월요일마다 열리는 주례 간부회의도 취소하고 서면보고로 대체했다.
대검찰청은 또 애도 기간 중 ▲유흥업소 및 고급음식점 출입금지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살만한 언행 자제 ▲전 직원 상시 비상 연락체제 유지 ▲청사 등 중요시설물 방호 경계 근무 강화 등을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한없이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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