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투신하기 직전 부모님의 위패가 안치된 봉화산 기슭의 사찰인 정토원에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정토원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투신 10분 전인 23일 오전 6시30분께 정토원을 방문했다. 선진규 정토원 원장은 "평소 매주 한 번은 방문하셨는데 20여일 전부터 오시지 않았다"면서 "당일 노 전 대통령이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가봤는데, 황급히 가시는 바람에 경호원의 뒷모습만 봤을 뿐 직접 뵙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선 원장은 "마지막 가는 길에 부모님께 착잡한 마음으로 인사를 드리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부엉이바위는 정토원에서 250m 가량 떨어져 있다.
이에 앞서 당일 오전 6시에는 봉화산 등산로 부근 마늘 밭에서 일하던 동네친구 박영철(63)씨가 노 전 대통령과 마주쳐 정담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 가족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마늘이 좋네'라며 먼저 말을 붙였고, 박씨도 '아이고,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박씨는 "평소에도 산책 길에 만나면 먼저 살갑게 인사를 건네셨다"며 "마늘 작황에 대해 대화를 나눈 뒤 산으로 가셨는데 40분쯤 뒤 부엉이바위 아래쪽에서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해=강희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