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서초구 반포자이 시프트(Shift)로 이사 온 서모(47)씨는 요즘 출근길이 가볍다. 근무처가 강남이어서 출근전쟁이 안 해도 되는데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주변 전셋값을 보면 적은 비용으로 새집에 살면서 아이들을 강남학군에 보내게 됐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만 하다.
장기 전세주택 '시프트'가 불황기 서민들의 알뜰 주거 공간으로 각광 받고 있다. 시프트는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주변 전세 시세의 80% 수준으로 공급하는 장기 전세로, 최근 강남ㆍ송파ㆍ마포구 등 알짜지역에서 물건이 잇달아 나오면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최고 40% 저렴
시프트가 최근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강남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주변 시세보다 30~40%나 싸졌기 때문. 실제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자이' 59㎡(이하 전용면적)형 시프트는 올해 3월 2억2,400만원에 입주 신청을 받았는데, 요즘 이 곳 시세는 3억3,000~3억5,000만원대로 50%나 급등했다. 현 시세보다 40%나 싸게 살고 있는 셈이다.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 아이파크1차 59㎡ 시프트도 9,900만원에 입주했는데, 현재 전셋값은 1억6,500~1억7,000만원을 호가한다.
시프트는 주변 전셋값이 올라도 향후 20년간은 재계약 때 전세금을 5% 이상 올릴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전셋값이 아무리 폭등해도 금융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시프트는 일반 분양 아파트와 구분 없이 같은 동에 소설 믹스(Social Mix)로 지어져 임대 아파트라는 티가 나지 않는다.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도 일반 분양 아파트와 똑 같다. 강남권 시프트 입주자는 시가 10억원에 육박하는 고가 아파트를 20년 동안 싼 값에 내 집처럼 이용할 있는 셈이다.
무주택 세대주가 1순위
시프트는 SH공사가 직접 공급하는 '건설형'과 재건축 단지 일부를 서울시가 매입해서 공급하는 '재건축형'으로 나눠진다. 지난해 급락했던 강남ㆍ서초ㆍ마포구의 전셋값이 최근 급등하면서 이들 지역에서 나오는 재건축형이 인기가 높다.
재건축형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이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무주택 세대주로, 무주택 기간과 서울시 거주기간이 각 1년 이상인 자가 1순위다. 당첨자를 결정할 때는 가점제를 적용한다.
건설형 시프트의 경우 전용 85㎡ 이하는 서울 거주 청약저축 가입자가 신청할 수 있다. 단, 전용 59㎡ 이하는 월평균 소득 281만원 이하, 토지 개별공시지가 5,000만원 이하, 자동차 현재가치 2,200만원 이하여야만 신청이 가능하다. 노부모 부양자와 다자녀 가구, 저소득층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게는 일정 물량을 우선 공급한다.
올해 공급 예정 단지는
서울시는 올해 건설형 시프트 2,051가구와 재건축형 701가구 등 총 2,752가구를 일반에 공급할 계획이다.
재건축형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단지는 내달 신청자를 모집하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2,444가구의 대단지에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교통 여건이 좋은 강남 초특급 주택지다. 시프트 물량은 전용 59㎡ 이하 199가구, 84㎡ 이하 67가구 등 총 266가구. 워낙 입지가 좋은데다 주변 전셋값이 뛰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밖에 강동구 고덕동의 아이파크(일반 분양 255가구), 구로구 온수동 온수힐스테이트(97가구)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건설형도 8월 은평뉴타운에서 750여 가구가 공급된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팀장은 "강남권 전셋값이 최근 크게 오르면서 학군과 주거여건이 뛰어난 강남권 시프트는 로또 수준의 경쟁률이 예상된다"며 "자격이 있는 무주택 세대주라면 적극 도전할만하다"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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