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직장이 없다. 하지만 취직을 하지 않았다고 다 실업자는 아니다. 그에겐 분명 직업이 있다. 바로 전업주식투자다.
지난 달 열린 '키움 증권 ELW투자대회'에서 5,000만원으로 1달 만에 2,800만원 수익(월 수익률 56%)을 올려 1위를 차지한 김영상(26)씨. 그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그 보다는 지속 가능한 수익을 올리고 싶습니다"고 포부를 밝혔다.
20대의 혈기왕성한 청년이 어떤 연유로 전업투자자가 되었을까.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서? 혹시 유명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투자천재? 아님 타고난 '베팅 맨'?
김씨가 주식시장에 뛰어든 건 5년 전. 2003년 서울소재 한 대학의 환경안전공학과에 진학했던 그는 전공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해 재수를 준비했다. 하지만 재수할 돈도, 용돈도 없었다. 그는 "휴대폰판매에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해도 한 달에 100만원을 벌지 못했다"면서 "좀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는 주식투자 열풍이 한창이었다. 신문에서 주식으로 몇 억을 번 사람들의 얘기들도 종종 나왔다. 귀가 솔깃해졌다.
우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30만원으로 주식을 샀다. 대상은 그냥 유명기업. "그 때는 차트도 볼 줄 몰랐어요. 그냥 내리면 나중엔 오르겠지 하는 생각에 한 대기업 주식을 샀는데 갈수록 내리막길이었죠."
손실을 만회하려는 생각에 투자금액을 늘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더 큰 손실. 순식간에 수백만원이 날아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어마어마한 돈을 잃은 뒤였다. 대학입학의 꿈도 사라져 버렸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의 자서전을 사서 읽고, 온라인주식강의를 밤새도록 듣고, 투자대회에서 1등을 한 사람들을 쫓아 다녔다. 6개월동안 수 차례 주식매매를 통한 실전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24시간 주식만 생각했다"며 "오로지 매매와 연구, 돈을 잃고 나면 철저히 왜 잃었는지에 관해서 파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 돈이 조금씩 불어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주식연구를 거듭할수록 좀 더 검증되고 안전한 방법으로 투자하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며 "1년 정도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감도 붙었다"고 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단기매매전략. 김씨는 이번 대회 기간 동안 일일 최고 20회까지 주식매매를 했다. 혹자는 단타매매를 '투기'라고 하지만, 김씨 생각은 다르다. 아무리 단기매매라해도 철저하게 종목을 분석하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 20번 손바꿈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분석과정을 거쳤다.
아직 평생직업을 정하기엔 젊은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식투자가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매력이 크다고 했다. 김씨는 "한 때 그만 둘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하면 할수록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며 "학벌이나 성별,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철저하게 분석해 투자하기만 하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점도 그 어느 직업보다 매력적인 부분이다"고 말했다.
주식투자를 통해 그가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대박이 아니었다.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꾸준히 매월 단돈 100만원이라도 수익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주식으로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 나도 적게 투자해 거액을 벌 수 있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전업투자를 하면서 단돈 100만원이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주식투자자에 대한 편견이 많지만, 주식으로 건전하게 돈을 벌어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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