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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키네틱 아트 작가 테오 얀센 첫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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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키네틱 아트 작가 테오 얀센 첫 방한

입력
2009.05.25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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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키네틱 아트(Kinetic Artㆍ작품 그 자체나 일부분이 움직이는 예술작품) 작가 테오 얀센(61)의 작품은 예술의 경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아니마리스 사불로사' '아니마리스 쿠렌스 벤토사' 등의 라틴어 이름이 붙은 그의 '해변동물' 시리즈는 바람 부는 네덜란드 델프트의 해변에서 어슬렁거린다. 물론, 실제 동물이 아니다.

네덜란드의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전기배선용 플라스틱 관을 연결해 만들어진 이 해변동물들은 바람을 동력으로 삼아 스스로 움직인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환경에 맞는 최적의 구조와 형태가 결정되는데, 파도가 치면 반대쪽으로 도망을 치기도 한다.

테오 얀센의 이런 독특한 작업은 유튜브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자동차회사 BMW가 광고의 소재로 삼으면서 더욱 큰 명성을 얻었다.

7월 열릴 한국 전시 준비를 위해 처음 방한한 그는 "창조주가 단백질로 생명체를 만들었다면, 나는 플라스틱 튜브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든 것"이라면서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삼기 때문에 음식을 필요로 하는 기존 동물보다 경쟁적으로 우위에 있는 셈"이라며 웃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얀센은 자신의 작업에 과학적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1980년에는 거대한 UFO를 만들어 띄웠다가 실제 상황으로 착각한 주민들이 신고를 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0년부터는 플라스틱 관을 이용한 해변동물 시리즈에 집중하고 있다. 초기에는 테이프로 관절을 연결해 서지도 못하고 누워서 다리만 움직이는 형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폭풍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진화했다. 몇 년 전부터는 피스톤과 날개를 연결해 근육처럼 움직이도록 했고, 페트병에 공기를 저장해 파도로부터 도망치는 에너지원으로 쓰이도록 했다.

이제는 센서와 이진법을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와 환경을 파악하며, 일정 강도 이상의 바람이 불면 스스로 몸을 모래에 고정시켜 멈추기도 한다. 19년간 그가 만든 동물체는 25종. 고장이 반복돼서 수리 빈도가 잦아지면 사망선고를 내린다고 한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에 있는 스스로의 작업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그저 에스키모일 뿐"이라고 답했다. "더 좋은 카누를 만들고자 하는 에스키모나 더 나은 활과 화살을 만들려고 하는 인디언들은 예술과 기술의 차이를 모르고, 박물관도 알지 못하죠. 그런 것들은 사람들이 만든 관습적 구별일 뿐입니다."

그의 해변동물들은 생태와 환경 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7월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는 "기능성에 집중한 이 작업에서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나로서도 놀라운 일"이라면서 "사람들이 내 작품에서 삶과 자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해변동물들은 7월 3일부터 1년간 열리는 미술 프로젝트 '뮤지엄 비욘드 뮤지엄'의 첫 전시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가나아트센터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1800㎡ 규모의 가설 전시공간을 만들어 현대미술, 디자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3개월간 이어지는 얀센의 전시에 이어 '우주소년 아톰'을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 대가 테츠카 오사무(1928~1989) 전, 현대미술의 스타 데미안 허스트 전 등이 기다리고 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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