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외 기전의 개막식이나 전야제, 시상식 등 주요 공식 행사에 불참하는 프로기사는 벌금을 물게 된다. 한국기원은 최근 발생한 랭킹 1위 이세돌의 한국바둑리그 불참 사건을 계기로 소속 기사들의 주요 기전 공식 행사 참여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이세돌 법' 제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속기사 해외진출에 대한 규정도 정비, 한국바둑리그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전에 출전치 않는 기사는 중국리그에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외 기전 개막식이나 전야제, 지도다면기 팬사인회 기념촬영 기자회견 등 각종 행사 참여는 원칙적으로 프로기사 개인 의사에 따르도록 돼있어 대회 입상자가 갑자기 행사 참석을 거부할 경우 주최측이나 대회 진행을 맡은 실무자들이 난처한 입장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국내기사 중에서는 특유의 소탈하고 자유분방한 성격 탓인지 랭킹 1위 이세돌이 이같은 돌출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기원 프로기사회 대의원회가 만든 초안에 따르면 주요 공식 행사에 불참했을 경우 다음 대국의 대국료(또는 상금)의 30%를 벌금으로 부과토록 돼 있다.
대의원회는 이밖에 최근 공식 대국시 자주 문제가 되고 있는 핸드폰 벨소리에 대해서도 강경한 제재 방침을 결정, 한 번 적발될 때마다 10만원씩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이같은 방안은 오는 26일 열리는 한국기원 기사총회서 토의 후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기사총회에서는 특히 이세돌의 한국바둑리그 불참에 대한 징계 여부를 놓고 한바탕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세돌의 한국바둑리그 불참에 대해 그동안 바둑계에서는 "바둑계에 해를 끼친 행위이므로 징계를 해야 한다"거나 "특정 기전 출전 여부는 프로기사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므로 전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최근 한국기원 프로기사 대의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한 결과, 불참 결정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는 있으나 원칙적으로 기사 개인의 선택에 따른 문제이므로 일단 불문에 부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기원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어떤 형식이든지 제재가 필요하다'는 강경론이 표출됨에 따라 기사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 소속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키로 한 것이다.
한국기원 이사회는 그동안 한국기원 기사총회의 의결사항을 거의 대부분 원안대로 수용했기 때문에 이번 총회에서 강경론이 우세할 경우 한국 바둑계에서 사상 처음으로 프로기사가 특정 기전에 출전치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기원은 또 이세돌이 한국리그에 불참하면서 중국리그에 출전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을 감안, 현재 사실상 사문 상태인 '소속기사 해외 진출에 대한 규정'을 정비하고 엄격히 지켜 나가기로 했다.
지난 2001년에 제정된 '소속기사 해외 진출에 대한 규정'은 당초 '국내 랭킹 1~3위는 중국리그에 출전할 수 없다'고 확실히 못박았으나 2003년 해당기사들의 반발로 관련 조항이 삭제됐고 '해외 진출 기사는 본원 주최, 주관의 국내외 프로기전에 우선적으로 참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정도의 선언적인 표현에 그치고 있어 전혀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또 '해외 기전에 출전해 받은 수입의 10%를 바둑발전기금으로 기원에 납부한다'는 조항도 아직까지 규정에는 엄연히 살아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원래 이 규정의 취지는 중국리그에 출전하는 기사들에 대해 기원측이 국내 기전 일정을 조정해 주는데 따른 보상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바둑리그 출범 이후 기원측이 중국리그 출전 기사들에 대해 전혀 일정 조정 편의를 봐주지 않아 기권패를 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함에 따라 한국기원이 스스로 수령을 포기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036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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