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칸의 사랑 독차지 벨기에 감독 다르덴 형제 국내 언론 최초 단독 인터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칸의 사랑 독차지 벨기에 감독 다르덴 형제 국내 언론 최초 단독 인터뷰

입력
2009.05.25 01:53
0 0

벨기에 출신의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58)과 뤽 다르덴(55)은 지금 세계 예술영화계의 가장 중요한 영화인으로 손꼽힌다. 사실주의의 전통에 입각해 불법이민과 노동소외, 빈민문제 등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인간의 존엄성과 구원을 희구하는 그들의 영화에 세계는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세계 영화의 최전선인 칸 국제영화제의 다르덴 형제를 향한 뜨거운 애정 공세가 두드러진다. 칸영화제는 1999년과 2005년 그들이 공동 연출한 영화 '로제타'와 '더 차일드'에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각각 안겼고, 지난해에는 '로나의 침묵'(6월 4일 국내 개봉)에 각본상을 수여했다. 올해는 그들의 영화인생을 되돌아보는 '마스터 클래스' 행사를 열어 경의를 표했다.

다르덴 형제는 1970년대 중반부터 파업과 노조운동 등 벨기에 도시노동자의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1986년 '잘못된'을 통해 극영화로 방향을 전환했다. 노동자로서 계급의식이 투철한 그들은 극영화의 세계에 들어온 뒤에도 카메라 들고 찍기 등 다큐멘터리 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인위적인 음악 사용의 철저한 배제는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진다.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의미있는 영화방식을 지녔다"고 이창독 감독이 극찬하기도 한 다르덴 형제를 국내 언론 최초로 지난 20일 칸 현지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 당신들은 자칭 '네 개의 눈을 가진 한 사람'이라 할만큼 호흡이 잘 맞는다. 촬영장 등에서 의견 충돌은 전혀 없나.

"둘 사이에 갈등이 있고 충돌해 왔다면 당연히 함께 일을 못할 것이다. 물론 둘 다 다른 시선과 감정으로 어떤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한다. 그 때문에 서로가 뭔가를 고민할 때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운이 좋게도 우리 둘은 사회현상에 대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장)

- 영화가 지닌 사회변혁의 힘을 생각하면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관객을 소통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소비자로 여기진 않는다. 물론 관객이 많이 봐주면 좋지만 보다 나은 소통을 위해 대중성을 희생한다. 인간들의 감정을 공유시키는 것이 우리가 하고 싶은 작업이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관객을 소비자로만 보면 영화들이 획일화되고 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뤽)

- 감정 전달에 유리한 음악 사용에 지나치게 인색한 것은 아닌지.

"우리는 영화 속에 음악이 들어가야 할 자리를 못 찾겠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등 일상의 소리에 이미 리듬이 존재하는데, 음악을 사용하면 그 일상의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장)

- 항상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영화에 담는가.

"사회 문제가 저변에 깔려있지만 우리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가치는 가격으로 매길 수 없다. 인간과 인간의 존엄성은 그 무엇보다 앞선다. 그래서 우리는 주인공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관찰하기를 즐긴다. 주인공의 생각과 시선이 그 어느것보다 중요하다."(뤽)

- 영화를 만들 때도 스스로를 노동자라 생각하나.

"우린 스스로를 영화노동자 겸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분명 예술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 그 안에는 수많은 직업들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예술을 하는 노동자라 생각한다."(장)

- 한국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는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주로 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가장 좋아한다. 벨기에 브뤼셀의 가장 큰 극장에서 상영했는데 정말 감동받았다. '취화선'(임권택 감독)도 아름다웠다."(뤽)

"나도 김기덕 감독의 '섬'을 좋아한다. 박찬욱? 그가 만든 '올드보이'도 재미있게 본 한국영화다."(장)

칸=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