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었다.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당시 대학생들은 폐쇄된'죽의 장막'속에서 한 줄기 빛, 즉 민주주의 이념에 광분했지만, 지금 대학생들은 보다 열린 정보화시대에서 일자리 찾기 등 보다 실용주의적이고 현실적인 관심에 매달리고 있다"(스궈량 石國亮 중국청년정치학원 마르크스 연구센터 상무 부주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는 22일 공산당 정권에 저항하며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20년 전 중국 대학생들과 지금의 대학생들간에는 이념성향, 현실인식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보도했다. '89'세대들이 이념적이었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보다 현실적이며 실용주의 세대라는 얘기다.
FT가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베이징티위(北京體育)대 학생 12명을 대상으로 톈안먼 사건에 관한 인터뷰를 한 결과, 이들은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 모두 잘 알고 있었다. NYT가 인터뷰한 베이징대 학생 8명중 1명은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금지된 문건들을 읽은 경험이 있었다.
칭화대 한 여학생(23)은 "아버지로부터 당시 사건에 대해 들었고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의해 그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알고있다"며 "정부가 어떻게 국민들에게 총을 겨눌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징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지금 누군가 민주주의 시위를 벌이자고 한다면 아마도 그를 미쳤다고 여길 것"이라며 "우리는 89년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말할 수 있지만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생들에게 톈안먼 사태는 너무 극단적인데다 깊은 상처를 낸 사건이어서 다시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듯했다.
신세대 학생들은 이념적인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개혁개방 30년 이래 공산당 정부가 일궈낸 경제성장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만족감을 표시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중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대국굴기(大國屈起)'상황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베이징대 학생 왕용리(물리학 4년)는 "부패문제와 정부정책이 때때로 못마땅하긴 하지만 우리는 중국 경제성장을 중심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청리 연구책임자는 "신세대들이 현실적이고 실용주의적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탈정치화로 간주하기 보다는 공산당 정권에 대해 이중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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