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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 쌓아둔 채 투자는 기피하는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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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 쌓아둔 채 투자는 기피하는 대기업들

입력
2009.05.25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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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고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국내 대기업들의 현금창출 능력은 크게 호전됐으나 투자에는 아주 인색해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건강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실물경제의 회복시점을 점치기 힘들고 새 수익사업을 찾지 못하는 기업의 고충을 모르지 않으나, 지나친 몸 사리기는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하고 경쟁력마저 좀먹는 자승자박이 될 우려가 크다. 오늘날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 모두 위기 속에서 탄생한 교훈을 되새겨 기업가 정신을 가다듬을 때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30대 대기업의 3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3조원 늘어 40조원에 이르나 1분기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나 줄었다. 또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의 3월 말 자본금은 24조원 남짓한 반면 잉여금은 233조원을 넘어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유보율이 1년 전보다 60%포인트 상승한 945%에 달했다. 말로는 '발상의 전환'과 '도전과 창의'를 외쳐온 대기업들이 실제로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꺼리며 돈을 쌓아두기만 한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불황기 위기극복 성공ㆍ실패 기업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자료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장기적 안목, 선택과 집중, 차별화 전략 등 '성공 DNA'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핀란드의 노키아, 일본의 캐논, 미국의 애플은 핵심역량에 치중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혔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를 겪으며 상위 25% 기업의 40%가 몰락한 사실은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그제 전경련 회장단은 성급한 경기회복론을 경계하며 정부엔 환율안정과 옥석을 가리는 구조조정을, 정치권에는 경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노동계에는 불법 폭력시위 자제 등의 요구를 쏟아냈다. 하지만 요구에 걸맞은 재계의 자성과 각오는 어디에도 없었다. 4,5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으로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고 한발 앞서 투자하는 기업가상이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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