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도 불구하고, 그의 파란만장했던 정치인생에서 동고동락해 온 측근들을 조문객 명단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부터 몰아친 검찰의 대대적인 사정(司正) 수사로 줄줄이 구속 수감돼 영어(囹圄)에 갇힌 신세들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논의했던 '3자 회동'의 주인공들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자 '복심(腹心)'으로 불렸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뇌물 4억원을 받고,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도 대전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고 회삿돈 305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지난달 9일 구속됐으며, 박 전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세종증권 매각비리 수사과정에서 탈세 혐의 등이 드러나 구속 기소됐다.
정관계의 '친노(親盧)' 인사들도 잇따라 구치소를 향했다. '우(右)광재'로 불렸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박 전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2억원 이상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박연차 게이트' 수사 초기에 일찌감치 구속됐다.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왕특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 전 회장에게서 상품권 1억원 어치를 받은 혐의로 각각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망에 걸려든 노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세종증권 매각 로비 대가로 2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친형 건평씨도 '창살 안에서' 비보를 접했다.
하지만,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일시 석방돼 동생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세종증권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문 정화삼씨도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좌(左)희정'으로 불린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이나 '친노386'의 대표주자인 민주당 서갑원 의원도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참석했지만, 박 전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조만간 사법처리 될 위기에 놓여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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