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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슬픔 가득찬 봉하마을… 장대비 속 조문객 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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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슬픔 가득찬 봉하마을… 장대비 속 조문객 장사진

입력
2009.05.25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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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4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밀려드는 조문객들로 '인산인해'였다. 마을입구 임시주차장에서 마을회관 앞 빈소까지 3km 가량 조문을 위해 걸어가는 이들의 행렬은 장대비 속에서도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이 태어나 자라고 꿈을 키운 곳이자 회한 속에 생을 마감한 봉하마을. 고인과의 추억을 겹겹이 간직한 봉하마을 주민 50여 가구는 이날 일제히 조기(弔旗)를 달았다. 마을 안에선 종일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추모곡이 애잔하게 퍼졌다.

장례 주최측은 조문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마을회관 앞에 차렸던 분향소를 바로 옆 넓은 공터로 옮겼다. 폭 10여m의 새 분향소에는 철야 조문에 대비해 대형 조명 2개도 설치됐다. 제단은 수 천송이 흰 국화로 장식됐고, 그 위에 영정과 위패가 안치됐다.

분향소 이전을 위해 오전 11시30분께 10여분간 조문이 중단했다.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영정을 들고 새 분향소로 향했고,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위패를 들고 영정을 따랐다. 영정과 위패를 모신 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술을 따르고 절을 올렸으며, 이해찬 전 총리가 참여정부 인사를 대표해 헌화했다. 노사모 회원 등이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를 외치며 울먹이는 동안 일반인들의 조문이 다시 시작됐다.

분향소를 3배 가량 넓은 곳으로 옮긴 뒤에도 조문객들의 대기 줄은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주최측은 한 번에 20명씩 조문토록 했으나, 오후 2시 무렵에는 한 줄에 10명씩 늘어선 조문 행렬이 100m를 금세 넘었다. 오후 2시10분께부터 1시간 가량 장대비까지 쏟아졌지만 행렬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김해시가 공식 집계한 조문객은 23일 1만여명, 24일엔 오후 6시까지 12만9,450여명으로, 이틀간 14만여명이 빈소를 찾았다. 주최측이 준비한 식사 2만명 분은 오후 1시를 넘어서면서 동이 났다.

부인, 아들과 함께 빈소를 찾은 이모(39)씨는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평생을 바친 분이 우리 곁을 떠나셔 아쉬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의 부인은 "사람들이 많아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지만 한 번 더 조문하고 가겠다"며 빈소로 향했다. 창원에서 온 김현봉(48)씨는 "어제 비보를 접하고는 너무 가슴이 떨려 오지 못하다가 날이 밝자마자 빈소를 찾았다"면서 "서민의 곁에서 아픔을 함께 한 분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더 많은 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조문객들 사이로 정계 인사들의 빈소 방문도 이어졌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신해 최경환 비서관 등이 찾아와 조문했다. 박 의원 등은 검찰에 노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민주당 소속 61명 의원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 원본을 영전에 바쳤다. 박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생전에 서명을 받았는데 이제 필요 없게 됐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문화, 종교계 인사들의 조문도 줄을 이었다. 소설 <태백산맥> 의 저자 조정래씨는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의 결백을 믿는다. 명복을 빈다"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개혁을 추진한 것,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업적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을 비롯해 스님 300여명이 빈소를 찾았다. 스님들은 빈소에서 '반야심경'을 10여분간 낭독한 뒤 빈소 인근 공터로 자리를 옮겨 '금강경'을 독송하는 등 추모행사를 가졌다. 선각 스님은 "삶과 죽음은 한 가지라는 고인의 말씀은 불교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면서 "해가 저물어 늦을 때까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불경을 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에 이어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도 빈소 조문을 거부당했다.

이날 오후 수행원들과 함께 봉하마을에 도착한 김 의장은 마을 입구에서 차에서 내려 걸어서 빈소를 향하던 중 노사모 회원 등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가로 막혔다. 노사모 회원 등은 "무슨 낯으로 여길 왔느냐" "너희들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인 것이다. 살려내라"는 등 고성을 질렀다. 일부는 생수병을 김 의장 일행에게 던지기도 했다. 김 의장 일행은 마을입구 경찰 상황실에서 1시간여간 사태가 가라앉기를 기다렸으나 노사모 회원 수 백여명이 "돌아가라"고 외치며 강하게 조문을 거부하자 결국 발길을 돌렸다.

앞서 23일 빈소를 찾은 한승수 국무총리, 정동영 의원,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도 조문을 하지 못한 채 되돌아갔다. 정동영 의원은 24일 오전 다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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