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정 지음/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284쪽ㆍ1만3,800원
<숲에 빠져 미국을 누비다> 는 '숲 저술가' 차윤정(43)씨가 쓴 미국 숲 이야기다. 2005년 8월 가족과 함께 오리건주에서 출발,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 서부 7개 주의 생태 거점을 열흘간 둘러본 탐방기다. '북미대륙 서부지역 자연답사기'인 셈. 80m 이상의 침엽수들이 울창한 캘리포니아 북쪽 레드우드 숲, 1,400여 종의 식물과 230종의 조류와 74종의 포유동물이 서식하는 '천연박물관' 요세미티 국립공원, 설명이 필요없는 장엄한 협곡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등의 순례는 기본이다. 숲에>
식물의 치열한 생존투쟁과 숲의 위대함에 대한 지은이의 맛깔나는 묘사는 여전한데, 이번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순히 숲의 생태뿐 아니라 문명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깊어진 관심이다. 가령 라스베이거스를 찾아가서는 그곳의 환락의 밤보다는 도시 곳곳에 만들어진 녹지대로 시야를 돌린다. 카지노 등 사행성 오락산업이 위기를 맞자 라스베이거스를 녹지가 풍부한 '사막의 오아시스'로 가꾸어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바꾸려는 시 당국의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잘 찾지 않는 미국의 생태공간 이야기도 들려준다. 캘리포니아 중부 아뇨누에보 해안은 동물과 인간의 영토분쟁에서 인간이 패배한 재미있는 역사가 있는 장소다. 바다 암석과 해안 평원으로 이뤄진 이곳은 17세기부터 인간이 거주한 곳이자 바다코끼리와 바다사자의 서식지이기도 했다.
태평양 연안의 폭풍 때문에 1880년 등대를 설치하기도 했으나, 바다사자들이 등대지기의 집을 점령할 정도로 크게 늘어나 20세기 중반에는 완전히 바다동물의 차지가 됐고, 결국 주 정부는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해양동물의 성소'가 됐다.
저자는 말한다. "그림처럼 보이는 경관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저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의 창공을 가르는 새의 웅장한 날갯짓, 물과 땅의 경계에서 허둥거리는 바다사자의 안타까운 몸놀림… 그들이 아니면 누가 지구의 주인이란 말인가."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