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등극하나 점차 추락, 밥을 먹지 못하고 요절한다. 관청의 추적으로 전전하고 허덕이다가 부도를 맞거나 폐업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명을 예견한 것일까. 정치철학자인 황태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해 7월 출간한 '주역' 해석서 <실증주역> 에서 한 재야 역학자가 노 전 대통령의 인생을 점친 점괘를 소개한 내용이 화제다. 실증주역>
황 교수는 주역의 제36괘 지화명이(地火明夷ㆍ해가 진 어둠의 괘)를 해설한 부분에서 그 내용을 소개했다.
황 교수가 번역한 이 점괘의 내용은 '해가 뜨고 지는 하루 중 이른 아침인데, 날면서 날개를 드리우는 상이로다(明夷, 于飛, 垂其翼). 군자가 집을 떠나 떠돌도다(君子于行). 3일을 먹지 못하리로다(三日不食). 떠나가 있는 곳에서 주인의 말씀을 들으리라(有攸往, 主人有言)'는 것.
황 교수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점괘를 설명했다. '인생운으로서는 의리상 밥을 먹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돌며 고생하던 중에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 점차 하늘 높이 비상해 나라나 집단의 정상에 등극한다. 그러다가 참언자를 중용해 저지른 실수로 인해 점차 추락, 밥을 굶을 정도로 고심하거나 밥을 먹지 못하고 요절한다.
사업운으로서는 일단 나아져 한동안 번창하지만, 번영기에 뿌린 불행의 씨앗이나 참언을 듣고 저지른 범법의 실수로 인해 점차 몰락해간다. 마침내 관청의 추적으로 이리저리 전전하고 허덕이다가 부도를 맞거나 폐업하게 된다.'
황 교수는 책에서 "2002년 초 어느 재야 역학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인생을 두고 점을 쳐 이 괘의 한 대목을 얻었다"고 밝혔다.
점괘를 보면 노 전 대통령이 1990년 3당 합당에 반대하고 부산에서 출마해 2차례나 낙선하는 등 고생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386' 참언자들을 중용하다가 국정 운영에 역풍을 맞았고, 퇴임 후에 검찰 소환까지 당하고 괴로워하다 스스로 생을 마친 것과 흡사하다.
황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냈으며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출 당시 새천년민주당에 탄핵을 적극 주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황 교수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책이 나올 때는 노 전 대통령의 몰락이나 곤궁 같은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을 때였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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