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기소 입장을 좀더 빨리 밝혔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까.
24일 검찰에 따르면 임채진 검찰총장이 전ㆍ현 검찰 간부들에게 광범위하게 의견을 물은 결과 불구속 기소 의견이 다수였고, 임 총장도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았었다.
임 총장은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 직후 전국 지검장, 지청장, 전직 검찰총장 10여명 등 3개 그룹을 정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의견 청취 결과, 불구속 기소 의견이 많아 임 총장은 이른 시일 안에 불구속 기소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불구속 기소 발표는 노 전 대통령측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달러에 대한 사용처 규명이 늦어지면서 계속 뒤로 미뤄졌다.
애초 지난 4~6일께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었지만, 중간에 40만달러 수수 의혹이 추가로 드러나고 권 여사 재소환이 늦춰지면서 결국 20여일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뉴저지 소재 주택 계약서도 확보되지 않아 미 당국에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그 사이 노 전 대통령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증거인멸 내용들은 수시로 흘러나왔다. 정연씨가 계약서를 찢었다고 말한 부분이나, 박 전 회장에게서 받은 1억원짜리 시계를 권 여사가 버렸다는 내용 등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그 같은 내용을 알았었는지가 수사의 초점이었지만 명확히 드러난 것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신속히 사법처리 향방을 밝히고 불구속 기소했더라면 노 전 대통령이 느꼈을 모욕감을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기소된 뒤 법정 싸움을 준비하며 마음을 다스릴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으로, 검찰이 사건을 신속히 매듭짓지 않아 노 전 대통령의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불구속 기소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졌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 여사측에서 사용처를 정리해서 내겠다고 밝혀서 사건 마무리가 늦어졌던 것"이라며 "사용처도 밝히지 않고 사법처리를 결정했다면 오히려 더한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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