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전 경찰청장이 21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박연차의 경찰들'에 대한 본격 수사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청장은 박 전 회장의 '본거지'를 관할하는 경남경찰청장을 지냈던 터라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데 정작 검찰이 파악한 그의 금품수수 혐의는 경남청장이 아닌 경찰청장 시절이다. 그는 2006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경찰청장으로 재직했다.
금품수수 명목과 관련해선 우선 박 전 회장의 인사 청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청장이 한 경찰 간부로부터 총경 승진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무혐의 종결됐으나 박 전 회장 특유의 '사람 챙기기' 스타일을 감안할 때 자신이 잘 아는 경찰 간부의 인사 청탁을 대신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2007년 12월 박 전 회장의 항공기 내 만취 난동 사건을 무마하려 했을 가능성과 "사업 과정에 불편한 일이 없도록 잘 봐달라"는 식의 포괄적 청탁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인 명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이 전 청장이 받은 돈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사법처리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검찰 수사가 이 전 청장 선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검찰과 경찰 주변에서는 이미 전ㆍ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의 실명이 여럿 거론되고 있다. 한 현직 간부는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스스로 해명자료를 배포했을 정도다.
전ㆍ현직 고위 간부들이 검찰에 줄소환될 경우 경찰 조직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이 민유태 전주지검장 등 '제 식구'를 먼저 공개 소환한 만큼 다른 기관의 사정을 봐줄 이유도 없다. 이래 저래 경찰은 수사 종료 때까지 계속 가슴을 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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