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 들어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는 경제는 상당 부분 '환율 효과' 덕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올들어 달러당 1,500원을 넘을 정도로 올랐던 원ㆍ달러 환율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적잖은 호재로 작용했다는 얘기죠. 요즘에는 환율이 너무 떨어지면 환율 효과가 사라진다며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예전만큼 환율 효과가 크지 않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환율 효과가 뭐고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걸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환율 효과를 이해하려면 먼저 환율의 메커니즘을 알아야겠죠? 보통 한 국가의 돈은 그 나라 안에서의 거래에만 통용되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의 교역을 위해서는 항상 자기 나라 돈과 거래 상대방 국가 돈 간의 교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경우 서로 다른 국가의 돈이 교환될 때 적용되는 비율을 환율이라고 하죠.
환율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우리나라처럼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는 국가에서 환율은 다른 상품가격과 마찬가지로, 외환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달러를 찾는 사람이 많으면 원ㆍ달러 환율은 올라가게(원화가치 절하) 되고, 반대로 원화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환율은 떨어지게(원화가치 절상) 되죠. 가령 수출이 잘되거나 수입이 줄어 경상수지(풀어읽는 키워드 참조)가 흑자를 기록하거나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늘어나 자본수지(풀어읽는 키워드 참조)가 흑자를 나타내면(달러가 많이 들어오게 되면) 환율이 하락하게 되고 반대가 되면 환율이 상승하게 됩니다.
그럼 환율 효과는 뭐죠
환율이 변하면 수출품이나 수입품의 가격은 물론, 이를 이용해 만든 국내 제품들의 가격도 다 달라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국제교역, 해외투자 등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경제성장, 고용 및 물가, 경상수지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얘기지요. 넓게 보면 이처럼 환율이 변함으로 인해 경제 전반에 갖가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모두 환율 효과라 말할 수 있습니다. 단, 최근에는 원ㆍ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급하게 떨어지면서, 즉 원화가 빠르게 절상되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환율 효과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환율 효과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은 일반적으로 수출기업에는 불리한 반면, 수입기업에는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수출기업의 입장에서는 달러 표시로 똑같이 1달러 어치를 수출했더라도 환율이 하락해 달러당 1,500원에서 1,200원이 되면 손에 쥐는 원화가 줄어들어 수익이 떨어지는 결과를 맞게 됩니다. 또 원화 가치가 올라간 만큼, 외국에 수출된 상품의 달러 표시 가격은 높아질 테니 함께 진열된 다른 나라 상품들보다 경쟁력이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로 인해 수출이 둔화될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경상수지가 악화되기 때문에 지나친 환율하락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사정이 좀 복잡해 졌습니다. 갈수록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제품의 품질 수준이 높아져 과거와는 달리 가격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었습니다. 또 반도체, 석유제품 등과 같은 수출 주력품목의 가격은 환율과 관계없이 국제시장에서 결정되는 경향도 커졌답니다.
여기에다 환율 하락이 오히려 유리한 측면도 많아졌습니다. 수출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원자재나 핵심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환율하락이 오히려 기업의 원가부담을 낮춰주는 효과도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해외에서 달러를 빌려다 쓴 기업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하락은 기업의 외화부채에 대한 빚부담을 감소시켜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측면도 적지 않답니다.
환율은 기업들의 수익에만 영향을 끼칠까요
환율 하락의 영향은 이밖에도 다양합니다. 먼저 물가에 대한 영향을 살펴볼까요. 환율 하락으로 원화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수입품의 가격이 낮아지고 수입품을 중간재로 쓰는 국산품 가격도 떨어져 국내 물가가 하락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환율 하락으로 기름 값이 낮아지고 밀이나 옥수수 등 수입곡물가격이 하락하면 비닐하우스 운영비, 사료비 등 농가의 부담이 줄어들어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수입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이 개선되므로 제품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됩니다. 다만, 물가는 상승요인은 빨리 반영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하락요인은 천천히 반영되는 경향이 있어 환율하락이 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환율 하락은 고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환율이 하락하면 제조업의 고용은 감소할 가능성이 笭윱求?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임금도 달러기준으로 보았을 때 상승하게 되니 경영자 입장에서는 국내생산을 줄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환율 하락은 서비스업의 고용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물가하락에 따라 국민들의 서비스 부문의 지출여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외식, 영화, 여행 등 서비스부문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고용증가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고용과 환율과의 관계는 딱 잘라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환율과 주가도 상관관계가 있나요.
물론입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 주식투자로 얻는 소득 외에도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반영된 것인데 환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시장이 그만큼 한나라의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그러나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수출기업의 경우는 수출둔화로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금년 들어서는 그 동안 한국에서 빠져나갔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다시 국내에 유입되면서 주가 상승과 환율 하락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환율은 높아야 좋은가요, 낮아야 좋은가요?
우리 경제에 환율이 낮은 것이 좋은 지, 높은 것이 좋은 지 한 마디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두 경우 모두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환율이 급등락할 경우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국제교역 및 투자가 위축되고 물가가 상승함으로써 경제 불안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율은 기초적인 경제여건을 반영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노원종 조사역
■ 풀어읽는 키워드
●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경상수지란 국가 간 거래로 받은 금액과 지급한 금액의 차이입니다. 거래의 성격에 따라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및 경상이전수지의 4개 세부항목으로 나누어집니다.
상품수지는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액으로 나타나며 서비스수지에는 화물 및 여객운임, 특허권 사용료 등이 포함됩니다. 소득수지는 노동이나 자본 등 생산요소를 제공함으로써 발생하는 급료, 배당, 이자 등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경상이전수지에는 대가성이 없는 자선 단체들의 기부금과 구호물자, 해외 교포와 국내거주 가족 간의 송금, 정부간 무상원조 등의 수지차가 기록됩니다.
자본수지는 ▦내국인이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 증권 등을 매입함으로써 발생하는 외화 유입거래와 ▦이와는 반대로 외국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함으로써 발생하는 외화 유출거래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 통계로 살펴본 환율 효과
실제 통계로 나타나는 환율 효과들이 얼마만큼인지 살펴볼까요.
환율은 우선 기업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60∼70%를 차지하는 자동차 업계는 더욱 울상이죠.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2,000억원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답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환율 하락은 수입 경쟁차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에게는 골칫거리죠.
반면 수입업계나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업종은 환율 급락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환차손을 기록했던 SK에너지는 환율 하락이 환차손 규모를 줄이고 원유도입 비용을 낮춰 매출원가 하락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막대한 유류를 달러로 결제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원 내리면 각각 200억원, 78억원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올 초 환율이 한창 오를 때 식품업계는 환율이 100원 정도 오르면 1,000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구요. 원료나 완제품을 수입하는 제약업계에서도 대웅제약은 환율이 1% 오르면 원가가 0.2% 늘어난다고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세계 각국의 경제규모 순위에도 환율은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즉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비교 대상 188개국 가운데 14위였는데요.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순위가 16위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여기에는 환율의 영향이 큽니다. 매년 환율에 따라 달라지는 명목 GDP가 기준이어서 작년말~올초 상대적으로 높았던 원ㆍ달러 환율이 순위를 더 떨어뜨린 셈이죠.
석유를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누구보다 국제 유가 동향에 관심이 많은데요. 사실 유가보다 환율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큽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환율이 10% 오르면 전 산업 평균 물가가 2.62%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원유 수입 가격이 10% 내리면 물가는 0.49% 하락하는 데 그쳤죠. 환율이 유가보다 물가에 미치는 효과가 5배는 더 큰 셈이지요.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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