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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46> 별의별 - 작은 사건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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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46> 별의별 - 작은 사건들 22

입력
2009.05.25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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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작은 사건들 22

오줌이 마려워 절로 눈을 뜨는 아침입니다. 어제 나는 똥을 참았습니다. 나를 미워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그이처럼 문틈 너머 엿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노크가 두어 번 반복될 적마다 그녀의 향수가 두어 번 코를 쳤습니다. 냄새를 들키면 평생을 져야 합니다. 작별의 키스 직전 it's time, 이도 실은 이를 닦기 위해서였다나요. 똥을 밀어올리고 오줌을 끌어내리는 수축과 팽창의 피스톤 놀이 속에 별의 안부는 바야흐로 산란기였습니다. 어린 날 나를 때린 한 소년의 눈에서 별이 사라질 때, 얻어맞은 내 눈에서 무지개떡 색동으로 그 별이 와 빛날 때, 별 본 일 없음보다 별 본 일 있음으로 나는 위풍당당행진곡에 홀로 발맞추고 있었습니다. 가끔씩 출근길에 일부러 넘어져 지각 대신 푸른 멍을 연유 삼는 이유, 그거야 뭐 이따금씩 문어발식 댄스가 땅길 때도 있는 거니까요. 오줌을 누고 밑을 닦은 휴지에 빨간 고춧가루 한 점 하마터면 별인가, 콕 집을 만큼 반짝거렸습니다. 변비에는 역시 비코그린보다 알알이 다시마환이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담벼락에, 길바닥에. 돌멩이에, 누군가의 분개한 주먹에 이마가 깨지고 무릎이 깨지는 순간을 '머릿속에 별이 반짝인다'고 하나요. 가장 아팠을 때, 내 주변을 별이 빙빙 돌아 주었나요. 얻어맞은 자, 재수 옴 붙은 자, 패배한 자가 정녕 별을 얻는다는 말인가요. 그렇게 생각하니 내 인생도 그럭저럭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별의 기운을 빌려 위풍당당행진곡에 홀로 발맞출 수도 있을 것 같은데, Shall we dance?

별은 아이의 깨진 무릎팍 근처까지 내려오고, 밑을 닦은 휴지에도 내려와서 반짝이네요. 그러니, 도대체 인생에서 정말 부끄러운 것, 더러운 것은 무엇일까요? 화장실 문틈을 살짝살짝 엿보면서 온몸에 향수를 뿌리고 있는 당신, 거기 거기에 있는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ㆍ김민정 1976년 생. 1999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 박인환문학상(2007)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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