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자치단체가 1조7,000억원을 들여 저소득층에 25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신청자 미달 등 준비 단계에서부터 겉돌고 있다.
19일 행정안전부와 전국 시ㆍ도에 따르면 다음달 착수 목표로 지난 주부터 접수에 들어간 희망근로사업 신청자수는 모집인원 25만명의 20% 수준인 5만명에 불과하다. 자치단체들은 경쟁률이 치열할 경우에 대비해 선발기준과 점수표, 심사위원 구성까지 마쳤지만 선발심사는커녕 22일까지인 마감시한을 늘리거나 아예 상시 모집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5만1,812명 모집에 신청자수는 8,000여명에 불과하고 경기도 역시 주말까지 5만4,000명 모집 계획이지만 신청자가 1만여명에 불과해 3만명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이에 따라 1차 선발 후 곧바로 2차 모집에 들어가 목표치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충남도와 전남도 역시 1만여명을 모집할 예정이지만 신청자는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히 해남군의 경우 335명 모집에 19일 현재 고작 7명이 신청한 상태다. 대전시는 7,188명 모집에 신청자가 2,000여명으로 저조하자 다음달 사업 개시 이후로도 계속 신청자를 접수할 계획이다. 다만 대구와 충북이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각각 92%, 88%로 목표치에 다가섰을 뿐이다.
이처럼 신청이 저조한 이유는 홍보 등 준비가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임금 수준이나 직군이 만족스럽지 못한 탓이 크다. 희망근로는 한달 83만원(일당 3만3,000원에 주월차 포함)을 지급해 공공근로 임금 50만∼60만원에 비해 많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임금의 30∼50%를 상품권(쿠폰)으로 받아야 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공공근로보다 적을 수 있다. 또 상품권은 재래시장과 음식점, 동네슈퍼 등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잡초제거, 쓰레기 줍기, 가로정비 등 일감이 단순해 청년들이 지원을 꺼리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신청자 가운데는 공공근로(만18~65세)나 어르신 일자리사업(만60세 이상)에서 희망근로로 '바꿔타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희망근로의 차별성이 퇴색되고 또 하나의 공공근로를 만드는 꼴 밖에 안 된다는 지적이다.
농촌지역은 희망근로에 적합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촌의 경우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충남 부여군 관계자는 "농번기로 일손이 부족한 판에 희망근로 신청자가 있겠느냐"며 "80세 넘은 고령자들이 신청하는데 과연 이 분들이 '근로'를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6개월 이후'는 더 큰 문제다. 희망근로는 항구적인 일자리가 아니라 11월까지 운영되는 한시적 일자리이다. 더욱이 공공근로보다 많은 임금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그보다 적은 임금에 적응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전시 희망근로 프로젝트 담당자는 "희망근로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겠다"며 "희망근로가 진정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사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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