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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제 개막 무대 서는 무슬림·유대인 연주자 무사하자예바 & 실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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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제 개막 무대 서는 무슬림·유대인 연주자 무사하자예바 & 실로아

입력
2009.05.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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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막하는 2009 서울국제음악제(SIMF)는 '음악 안에서 하나가 되자'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음악으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이 축제는 무슬림과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가 함께 연주하는 바흐의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개막 무대에 올림으로써 그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출신 아이만 무사하자예바(51)와 이스라엘 출신 로이 실로아(39). 한국에는 덜 알려졌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주자들이다.

무사하자예바는 무슬림이다. 그는 유대인의 힘이 막강한 세계 클래식음악계에서 바이올린으로 주요 콩쿠르를 휩쓸고, 유니세프의 평화 홍보대사로 세계의 분쟁 지역을 누비며 음악으로 평화를 호소하고 어린이들을 돕는 데 앞장서 왔다.

1998년 카자흐스탄 국립음악원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음악교육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부산시향 신년음악회 무대에 섰고 3,4년 전에도 내한공연을 했다. 반면 실로아는 한국행이 처음이다.

그와 함께 연주할 이스라엘 바이올리니스트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류재준 SIMF 음악감독은 "여러 명에게 편지를 보냈으나 다들 정중하게 거절했고 실로아만 수락했다"고 전한다.

18일 저녁 숙소인 호텔 로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종교나 이념을 뛰어넘는 음악의 힘에 공감을 표시했다.

"음악제 측의 제안을 받고 기뻤어요. 음악은 국제적 언어이고 사람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평화의 상징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실로아)

"음악인에게는 음악이 곧 종교입니다. 저는 무슬림이지만 이스라엘에서도 연주했어요. 바흐는 기독교인이었지만, 그의 음악을 기독교인만 연주하란 법은 없지요."(무사하자예바)

이스라엘과 이슬람권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는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대표적인 음악가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이 있다.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유대인이면서도 이스라엘과 아랍 청년들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10년째 이끌고 있는 그는 올해 1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자 맹렬히 비난했고, 그로 인해 이스라엘 극우파에 의해 적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스라엘 국민인 실로아에게 바렌보임의 그런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짧게 한숨을 쉬고 나서 답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흑백 인종 문제보다 훨씬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이죠. 흑백 문제가 차라리 낫겠다 싶을 만큼. 바렌보임은 음악을 평화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 아주 적극적이죠. 존경할 만한 훌륭한 음악가입니다.

저는 음악의 힘을 믿어요. 물론 음악이 현실의 문제들을 바로 해결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이죠. 이번 공연이 바로 그 작은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국제음악제는 30일까지 계속된다. 동양과 서양, 거장과 신예가 음악으로 만나는 7개의 공연(표 참조)이 준비돼 있다. 축제 홈페이지 www.esimf.com, 문의 1544-5142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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