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의 연비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승용차와 경트럭 차량에 대해 2016년까지 연비를 갤런당 35.5마일로 늘리는 새로운 기준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마일당(1.6km) 250g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이 19일 일제히 전했다. 현행 연비는 승용차는 갤런당(3.78리터) 27.5마일, 경트럭은 24마일이고,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치는 마일당 380g이다.
연비와 배출가스에서 약 30% 이상 기준이 강화되는 셈이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이 같은 강화된 연비와 배출가스 기준은 미국에 수출되는 외국산 자동차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빠르면 금명간 이런 규정을 발표한다.
연비 및 배출가스에 대한 새 기준은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구상하던 자체 기준을 거의 그대로 따랐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그동안 지구온난화의 한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강화된 자동차 연비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연방정부가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이를 거부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업계는 "기준은 똑같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캘리포니아주의 자동차 품질 기준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직후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요구를 재고토록 한데 이어 백악관, 캘리포니아 주정부, 자동차업계 등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새로운 기준에 대해 논의를 벌여왔다. 다만 배출가스의 경우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기준과 달리 자동차의 크기와 엔진의 형태에 따라 기준을 차등 적용토록 했다.
뉴욕타임스는 새 기준에 따라 2011년 생산되는 차량부터 단계적으로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비 등에 관한 새 기준은 미국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갖고 있는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 자동차 업체가 추락한 것은 품질에 대한 경쟁력 제고를 외면한 안이한 자세 때문이라고 질타해 왔다.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는 미 업체들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관심이 없고 수입되는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 기준이 확정되면 이달 내 파산 여부가 결정되는 제너럴모터스(GM)와 파산보호절차에 들어간 크라이슬러의 향후 회생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민간 환경보호 단체인 '시에라 클럽'의 칼 포프 사무총장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획기적인 조치이자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높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환경단체인 '안전한 기후 캠페인'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가 내디딘 가장 큰 발걸음"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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