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가 차세대 바이오 에너지의 보고로 주목 받고 있다.
19일 농림수산식품부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7월 초 강릉, 포항, 거제, 제주 등 동해안과 남해안 일대에 100㏊에 달하는 바다숲 조림 사업을 펼친다. 바다숲은 각종 해조류를 심은 구조물을 이용, 바다 속에 인위적으로 해조류 군락지를 조성하는 '바다 녹화' 사업. 사막처럼 황폐해진 바다 속에 다시마, 미역, 감태, 모자반, 곰피 등의 해조류로 숲을 우거지게 만드는 것이다. 해조류를 활용해 바이오 에너지의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인 셈이다.
바다숲이 바이오 에너지 R&D센터로
농식품부는 앞으로 10년간 전국 바다에 3만5,000㏊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2002년 이후 '해중림(海中林)'이라는 이름으로 그간 산발적으로 조성한 500㏊의 70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정부가 바다숲 확대에 나선 이유는 바다숲의 숨겨진 가능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기 때문. 바다숲은 당초 동해안 및 제주도 남부 해역에 바다의 사막화로 불리는 갯녹음(갯바위에 흰 산호류가 뒤덮이면서 해조류 어패류가 죽어가며 황폐화시키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치유책으로 등장했다.
정부는 그러나 바다숲을 녹색성장의 동력으로서 더욱 주목하고 있다. 바다숲을 바이오매스용 해조류 대량 생산을 위한 연구ㆍ개발(R&D)센터로 변모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바다숲이 바다생태 복원의 장에서 차세대 바이오 에너지 개발의 전초기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해조류는 옥수수 사탕수수 등의 당전분계 작물(1세대), 산림(2단계) 의 뒤를 이어 3세대 바이오 에너지 원료로서의 가능성이 크다는 게 농식품부의 분석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따르면 해조류는 연간 4~6회 수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면적당 생산량(1㏊당 565톤)도 당전분계의 3배, 목질계의 60배에 이른다. 질량대비 에너지전환 효율도 45%로, 당전분계(30~35%)나 목질계(20~25%)에 비해 우수하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2.3배에 달하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보유하고 있어 바이오매스 개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원천기술 확보 등 첩첩산중
정부는 2020년 바이오매스용 해조류를 연간 1억2,500만톤 생산하고, 여기서 16억6,000만ℓ의 바이오에탄올을 뽑아낸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국내 휘발유 소비량의 13.7%를 해조류 바이오에탄올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해조류 양식장 면적도 50만㏊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바다숲을 조성하고 해조류 바이오매스 확보 및 활용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까지 3,653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일본도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해역에 해양농장을 조성, 일본 휘발유 연간 소비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한다는 '아폴로&포세이돈 구상 2025'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해조류 바이오매스 개발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비유될 정도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바이오매스용 해조류 후보군 선정부터 대량 양식, 에너지화에 필요한 원천기술 등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
서동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장은 "해조류 바이오매스 개발과 관련해선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 경제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며 "바이오매스용 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이나 기능성 화장품 등의 원료를 뽑아내고 우라늄 리튬 등의 금속도 추출하는 등 복합적 활용도를 모색한다면 경제적 효율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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