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직후 미국 국방부가 작성한 정보보고서 표지에 성경구절이 자주 인용됐다는 언론보도로 워싱턴 정가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결 구도로 비쳐져 이슬람 세계의 반발을 불러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18일 남성잡지 'GQ'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를 인용해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이 보고서 표지에 이라크에 진주한 미군 탱크 등을 담은 사진과 함께 전쟁과 관련한 각종 성경구절을 실었다고 보도했다. '전세계 최신 정보'라는 이름이 붙은 보고서는 밤 사이 이라크 전황을 비롯한 각종 정보사항을 정리해 럼즈펠드 장관에게 매일 제출됐고 럼즈펠드 장관은 이 자료를 직접 백악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 보고서는 표지에 사막에서 기도하는 병사 사진과 함께 '적의 화살이 날카롭고 수레바퀴는 회오리바람 같다'는 성경구절을 인용했다. 석양을 배경으로 한 탱크 사진과 함께 '하나님께서 주시는 장비로 완전무장 하십시오. 악의 세력이 와도 버틸 수 있다'라는 신약 구절도 인용했다. 또 다른 보고서의 표지에는 사담 후세인 동상 철거 장면과 함께 '주의 눈은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을 살펴보고 그들의 목숨을 죽을 자리에서 건져내고 굶주릴 때에 살려 주신다'는 성경문구가 적혀있다.
국방부 일부 관리들은 보고서가 1급 비밀사항이지만 공개됐을 경우 이라크 전쟁이 종교적 명분 때문에 시작됐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럼스펠드 장관 시절 대변인을 지냈던 로런스 디 리타는 "성경구절로 표지를 장식한 보고서는 본 적이 없다"며 "럼즈펠드 장관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추측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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