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98학번 동기' 최희섭(29ㆍKIA)과 박용택(29ㆍLG)이 빛고을에서 만난다. 둘은 19일부터 광주에서 시작되는 KIA(4위)-LG(3위) 3연전에서 정면충돌한다. 최희섭과 박용택의 대결은 올시즌 처음일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승부 또한 처음이다.
개막전부터 줄곧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최희섭은 타율 3할8리에 13홈런(1위) 26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과 타점도 준수하지만 무엇보다 홈런이 돋보인다. 시즌 전부터 "삼진을 100개, 아니 200개를 먹더라도 내 스윙을 하겠다"던 약속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5일 부산 롯데전부터 1군에 합류한 박용택의 방망이엔 불이 붙어 있다. 타율 4할1푼2리에 6홈런 26타점이 박용택의 성적표다.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4할1푼2리라면 타격 2위 정근우(SK)와 같은 수치다. 박용택이 아니었다면 LG의 8연승은 없었다.
둘의 제대로 된 승부는 이번 3연전이 처음이다. 최희섭은 2007년 국내 복귀 후 2년간 부상과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박용택도 2007년과 지난해 '이름만큼' 못 해줬다. 팀간 시즌 첫 3연전이었던 4월17~19일에는 박용택이 2군에 있었던 터라 둘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자리'는 달라도 둘의 방망이는 팀의 운명과 직결된다. 3연전에서 '완승'을 거둔 팀은 상승세를 이어가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4번 타자 최희섭이 찬스에서 쳐줘야 KIA의 득점공식이 풀린다.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박용택이 물꼬를 터줘야 LG는 '생각대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최희섭과 박용택은 대학 동기지만 한솥밥을 먹은 기간은 1년밖에 안 된다. 최희섭이 고려대 2학년이던 99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무척 끈끈하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늘 서로를 격려하고 마음 속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왼손타자 '빅초이'와 '쿨가이'. 잠시 우정을 접은 이들의 방망이가 서로를 겨누고 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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