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 연구에 내셔널리즘은 어떻게 투영되고 있을까.
한ㆍ중ㆍ일 고고학 연구와 교육 현장에서의 내셔널리즘 영향을 살피는 학술대회 '동아시아의 고고학 연구와 내셔널리즘'이 한국고고학회 주최로 30일 서울대 박물관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민족'이라는 완고한 관념에 의해 왜곡되는 고고학의 현실을 조명하고, 배타성을 넘어선 객관적 학문으로서 고고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기조발표에 나서는 이선복 서울대 교수는 "한국 고고학은 식민지 지배에 이어 외세에 의한 분열이라는 왜곡된 역사적 환경에서 생장한 결과, '한민족' 또는 '한국인'의 기원이라는 주제가 고고학 연구의 궁극적 목적으로 여겨져 왔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근거 없는 민족적 우월감을 가진 사람들이 단편적 지식을 바탕으로 '민족의 찬란한 고대사'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며 "무조건적인 과거 미화와 영웅화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내셔널리즘의 대두를 20세기 말 이후의 정치경제 질서 재편에 따른 세계적 현상으로 파악한다. 예컨대 "동구권의 몰락이 신나치즘의 대두를 가져오고, 이것이 동유럽 기원전 10세기 유적인 할슈타트 매장지에 대한 터무니없는 해석을 유포시키는 등 상상치 못했던 병리현상을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동북아시아에서도 자민족 중심주의에 대한 맹목적 신봉이 성장해, 아마추어리즘과 선정주의가 객관적 고고학 연구의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김진호 안산 경일고 교사는 국사 교과서의 선사ㆍ고대편에 나타난 내셔널리즘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국사 교육의 목표가 '민족 정체성의 확립'에 있다"며 "국사 수업의 현장이 입시에 쫓겨 교과 내용을 암기하는 데 집중돼 있는데, 시험을 치르고 난 뒤에는 대부분의 지식이 떠나고 자민족 중심주의라는 이념만 남게 된다"고 지적한다.
김 교사는 ▲뒷받침할 고고학적 설명 없이 구석기 시대의 시작을 70만년 전으로 서술하는 점 ▲고조선이라는 나라의 실체에 대한 서술 없이 '민족사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는 점 등을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려는 대표적인 역사 서술로 지목한다.
그는 "새로운 세대에게 자신과 타자를 동시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세계사의 흐름 속에 자기 집단의 역사를 조명할 수 있는 균형감을 제공하는 역사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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