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의 사실상 사퇴를 촉구하는 소장 판사들의 움직임이 18일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은 특히 소장 판사뿐 아니라 평판사 가운데 최고참급인 고등법원 배석판사들까지 가세해 그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주요 지법의 판사회의가 대체로 마무리된 만큼 이날을 고비로 '릴레이 판사회의'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날 판사회의가 열린 법원은 전국 9곳.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회의가 개최된 이후 하루 가장 많은 법원이 신 대법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임을 가진 것이다.
그 동안 주로 지법 단독판사 위주로 진행되던 회의가 고법 배석판사로까지 외연을 넓힌 점이 두드러진다. 이날 판사회의에 동참한 광주고법과 특허법원 배석판사들은 지법 단독판사를 모두 거치고 지법 부장판사 승진을 1~3년 앞둔 법관들로 평판사 가운데는 가장 고참급이다. 대전고법 배석판사 11명도 "신 대법관의 행위는 재판 개입이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판사회의 개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고법 중견 판사들의 잇단 가세도 예상된다.
서울가정법원에서는 단독판사 회의에 합의부 배석판사들이 동참해 관심을 모았다. 지방법원 합의부 배석판사는 임관 1~5년차의 가장 경력이 짧은 판사들로 일단 입을 열기만 한다면 상당히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1988년 2차 사법파동을 이끈 주역도 지법 배석판사들이었다.
회의 결과의 수위도 이전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 의정부지법 단독판사들은 "사법부의 신뢰회복을 위해 신 대법관의 용기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논의결과를 공개해 신 대법관에 대한 사퇴촉구의 강도를 한단계 높였다. 지난 주 서울중앙ㆍ북부ㆍ동부지법이 '대법관직 수행 부적절'이라고 직무에 대한 평가만 내린 것에 비하면 사퇴 촉구를 사실상 공론화하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지법 판사회의에서는 대법원의 조치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미흡하다고 결의, 이용훈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간접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광주고법은 신 대법관의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원장 시절 재판 간섭행위에 대해 '위법한 행위'라고 표현해 비판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하지만 대부분 법원에서 여전히 신 대법관의 사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결의는 나오지 않았다. 가장 강도 높은 결과가 나온 의정부지법에서도 '사퇴'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쓰지 않는 선에서 사실상 '용퇴'를 촉구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부산지법의 경우 "신 대법관의 행위가 법관의 재판상 독립 침해 및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이라는 결론에 '전원 동의'했지만, 신 대법관의 직무수행에 대한 논의에서는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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