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뇌물수수 혐의가 검찰 재직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수석이 동생을 통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7억원을 받은 시점은 2003년 3월. 검찰은 이 돈이 지난해 세무조사 무마로비 대가로 받은 돈으로 보기에는 시간 간격이 너무 크다고 보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객관적으로 시간이 너무 떨어져 있다"며 7억원 수수와 세무조사 무마로비를 연결시키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 돈이 이 전 수석이 검사로 재직할 때 박 전 회장에게서 각종 사건에 대한 청탁을 들어주고 받은 '사후 뇌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전 수석은 2003년 서울고검장에서 퇴임한 직후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아 변호사 사무실 임차보증금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이 돈의 대가성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경남 고성 출신인 이 전 수석이 1999~2000년 부산지검장을 역임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ㆍ경남 지역을 활동 무대로 하고 있는 박 전 회장의 사업체를 관할하는 검사장이었다.
부산지검 검사 시절인 1978년부터 박 전 회장과 친분을 쌓았던 이 전 수석이 부산지검장 시절 사건 청탁을 들어주고 퇴임 후 돈을 받았다면 사후 뇌물죄가 성립한다. 뇌물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당시 청탁 대가로 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면 이 전 수석은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사후 뇌물죄'의 경우 포괄적인 청탁이 아닌, 구체적인 청탁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 검찰의 숙제다. 때문에 검찰은 박 전 회장을 소환해 이 전 수석이 부산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어떤 청탁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이 전 수석은 7억원에 대해 "빌린 돈일 뿐이며 지난해 2월 모두 갚았다"며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수석이 돈을 돌려준 것은 맞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기 직전 급하게 갚은 점으로 미뤄 애초 빌린 돈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채무가 아니라 대가성 있는 뇌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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