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무성 의원은 안 되고, 최경환 의원은 된다고 했을까."
한나라당 내 친박 진영의 핵심으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이 18일 정책위의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중립성향의 황우여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키로 한 것이다. 그가 기자회견 첫 머리에 받은 질문은 "박근혜 전 대표와는 상의했냐"였다. 박 전 대표의 승낙을 받았느냐는 물음이었다.
이에 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당헌 당규에 따라 진행되는 경선절차에 특정인의 참여 여부를 말할 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정황상 박 전 대표가 침묵으로 용인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불과 열흘 전 박 전 대표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거부했다. 그런데 이날 김 의원 못지않은 친박 핵심인 최 의원의 정책위의장 출마에 대해선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겉으로만 봐선 '김무성은 안 되고, 최경환은 된다'고 한 꼴이다. 측근들은 일단 원칙 때문이라고 했다. 유정복 의원은 "김 의원의 경우 추대하자는 것이었지만 최 의원은 당헌 당규대로 경선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라 절차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엔 해석이 분분하다. "최 의원 출마까지 막으면 방관자로 완전히 낙인찍힐 수 있어 반대하지 않았다" "당 서열 2위 원내대표와 9위 정책위의장의 비중이 다른 만큼 부담이 덜했기 때문이다" 등이다.
하지만 친박의 한 핵심인사는 뉘앙스가 다른 의미심장한 언급을 던졌다. "현 정국에 대한 박 전 대표의 판단, 향후 정국에 대한 큰 그림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판단일까.
박 전 대표 측은 내심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선 어떤 식으로든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계속 방관만 할 수는 없다. 나서는 시점이 내년 7월 정기 전당대회가 될 수도 있고, 더 당겨질 수도 있다.
단 지금은 과도기라는 시각이다. 때문에 현 국면에서는 중립적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 당을 끌고 가야하고, 이번에도 황우여 의원 같은 중립적 인사가 원내대표가 되는 게 맞다고 보는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체제는 반대했지만 최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황 원내대표를 돕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 데는 이런 속뜻이 있다는 얘기다.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묵인은 지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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