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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미래숲 대학생 '사막화방지委' 발족, 10억그루 심기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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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미래숲 대학생 '사막화방지委' 발족, 10억그루 심기 캠페인

입력
2009.05.1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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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5월이지만 무더위와 내리 꽂히는 모래 땡볕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다라터치(達拉特旗)의 쿠부치(庫布其) 사막.

모래언덕 물결이 끝없이 넘실대는 이 사막 한 복판에 저명인사의 이름이 붙은 사철나무 장자송(樟子松) 70그루가 심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총재,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등이 기증한 나무들이다.

한국과 중국의 대학생들은 바람에 날려온 서걱서걱한 모래를 씹어가면서도 정성껏 나무를 심었다. 대학생들은 이들 나무가 언젠가 거대한 숲을 이뤄 중국의 사막화를 방지하고 황사도 막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한중문화청소년협회(미래숲ㆍ공동대표 권병현 전 주중대사)는 15일 소속 대학생 60여명,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소속 대학생 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쿠부치 사막에서 한중청년사막화방지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사막에 10억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쿠부치 사막 미래숲 녹색장성(長城) 조성지에서 펼치고 있는 식수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확대해 저명 인사들이 자신의 이름 석자를 걸고 나무 한그루씩을 심도록 함으로써 이 지역을 세계적인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야심찬 사업이다.

과연 사막이 숲으로 바뀔 수 있을까. 사막의 거센 모래바람을 나무들이 견딜 수 있을까. 그러나 미래숲이 지난 3년간 쿠부치 사막에 심은 묘목들의 성장세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순간 그런 일말의 의구심이 말끔히 사라졌다.

놀랍게도 미래숲이 심은 나무 80%가 사막의 거친 땅에 뿌리를 내려, 생명의 강인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쿠부치 사막을 관통하는 지에차이(解紫) 도로 양 측면을 따라 길이 18㎞, 폭 0.5㎞ 지역으로 348만 여그루의 나무가 푸르게 자라면서 방풍림을 만들고 있었다.

권혁대 미래숲 중국 베이징(北京)사무소장은 "나무가 사막에서 살 수 있는지의 여부는 물과 바람의 싸움에 달려있다"며 "강한 모래바람에 밀리지 않고 토양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물을 흡수하면 나무는 비로소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곽상수 박사는 "나무심기도 중요하지만 사막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현지인들에게 땅을 되찾아주고 그것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시급하다"며 "사막에서 자랄 수 있는 식용작물의 개발 등에 한ㆍ 중 양국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라터치=글·사진 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 위셩뱌오 공청단 부서기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다라터치(達拉特旗)에는 두 종류의 '바보'가 있다고 한다.

땡볕 사막에서 낮 시간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바보와 밤에 잠도 자지 않고 술을 마시며 자연과 인생을 논하는 바보이다.

중국 공청단 다라터치위원회 위셩뱌오(余生彪ㆍ36)부서기는'사막의 바보'에 해당하는 다라터치의 나무지킴이다. 위 부서기는 2006년부터 다라터치의 쿠부치 사막을 찾아온 한국 학생들이 심은 나무들이 행여 메말라 죽을까 봐 지난 3년간 친자식 돌보듯이 보살피고 가꿔왔다.

그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난다. 이후 쿠부치 사막에 조성중인 총 면적 20㎢의 미래숲 녹색장성(長城)지역을 누비며 모래바람에 쓰러진 나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온종일 물을 주는 등 나무 관리에 전력을 다한다.

그는 "지난달에는 모래태풍이 수 차례 불어 잠도 못자고 마음을 졸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나의 조그만 노력이 다라터치의 사막화를 방지하는데 보탬이 된다면 더 이상의 바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공산주의 정신을 헌신적으로 실천한 노동자의 우상 뢰펑(雷鋒)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뢰펑은 22세로 순직한 중국 군인으로 마오쩌둥(毛澤東)이 직접 "뢰펑 동지에게 배우라"는 지시를 할 정도로 문화 대혁명 중, 우상으로 떠받들어졌던 인물이다.

위셩바오는 모래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자신의 손에 의해 다시 일으켜 세워지고 자신이 준 물을 마시고 강한 생명력을 발산하는 모습을 지켜 볼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사막의 숨은 일꾼 위 부서기는 쿠부치 사막에 관심과 열정을 쏟는 한국인들에게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다라터치=장학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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