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아파 죽겠어.", "비가 오니 시야가 침침해져 퍼트라인 읽기도 힘들더라고."
15일 경기 성남의 남서울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내뱉은 54세 백전노장 최상호(카스코)의 푸념이다.
최상호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노구를 이끌며 오르막을 걸어 오르자 갤러리 사이에서는 노장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프로정신과 자기 관리에 충실한 최상호의 열정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이날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인 최상호는 2라운드 합계 5언더파 139타를 쳐 공동 4위에 올랐다. 8언더파로 단독 선두인 오태근(33)에 3타 뒤졌지만 전날 보다 순위를 한계단 끌어 올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령 우승(50세)과 최다승(43승) 기록 경신 가능성도 살렸다.
최상호는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과 선전을 당부하는 뼈 있는 말도 남겼다. 앞팀들의 경기가 지연되면서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던 16번홀(파5)에서 최상호는 "다리가 아파 죽겠다"면서도 바로 뒷조에 편성된 유종구(42)와 만나 "그래도 내가 있으니 자네들도 버티는 거야. 하지만 내가 상위권에 드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은가"라며 웃었다.
이전까지 보기 없이 3타를 줄여 선두를 바짝 추격했던 최상호는 16번홀에서 3퍼트로 이날 유일한 보기를 범해 1타를 잃었다. 최상호는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오른쪽 벙커로 보냈지만 홀 1m에 붙이는 관록샷을 뽐내며 파를 세이브해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첫날 공동 선두로 나섰던 허석호(36)도 5언더파로 최상호와 함께 공동 4위에 자리했다.
성남=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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