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얼굴을 겹쳐 그리는 이중 이미지의 초상화로 미술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작가 김동유(44)씨의 개인전이 21일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막한다. 150호 크기의 거대한 체 게바라의 얼굴.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그 얼굴 속에는 수없이 많은 카스트로의 얼굴이 점처럼 박혀있다.
그의 그림에서는 그렇게 클라크 게이블이 모여 그레이스 켈리가 되고, 오드리 헵번이 모여 성모 마리아가 된다. 한 인물 속에서 전혀 다른 이미지의 인물을 발견하는 순간, 관람객들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은 공중으로 흩어져버린다.
김씨가 이렇게 두 가지 얼굴을 조합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은 1999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문득 마릴린 먼로와 박정희의 이미지를 연결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3개월간 손목이 아프도록 1,000개가 넘는 먼로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그린 끝에 박정희의 초상화를 완성했다.
김씨는 "본래 회화의 '시점'에 관심이 많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형상이 보이는 작업을 해왔다"면서 "가까이 가면 이미지가 해체되고, 멀리 가면 구체화되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유명세는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05년부터 해외 경매시장에 작품이 나가기 시작했는데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추정가의 25배인 3억2,000만원에 팔렸다.
당시까지 홍콩에서 거래된 한국 미술품 사상 최고가 기록이었다. 먼로와 케네디, 엘리자베스 여왕과 다이애나비 등 기존 이미지를 차용하는 동시에 뒤엎는 절묘한 조합이 해외 컬렉터들을 열광시켰다.
김씨는 "경매에서 잘 팔려서 유명해졌다는 식의 시선은 유쾌하지 않지만, 해외 전시의 기회가 많아지고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선 좋은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중그림 초상화 연작 외에 '구겨진 명화' 시리즈도 선보인다. '모나리자' '성모자상' 등 서양 명화들을 심하게 구겨놓은 이미지들이다. 김씨는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그림 속에도 권위가 존재한다"면서 "그 권위를 끌어내리고 상식을 비틀고 싶었다"고 말했다. 6월 10일까지. (02)730-7817
김지원 기자 ed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