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진보 지식인인 소설가 황석영씨가 '중도실용' 정권 동참을 선언해 화제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황씨는 그제 현지에서 "큰 틀에서 동참해 가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욕 먹을 각오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황석영씨는 1989년 밀입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난 죄로 오래 수감생활을 했다. 지난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 당선저지 운동에 앞장섰다. 그런 만큼 그의 정권 동참 선언은 파격이고 충격이다. 진보진영에서 온갖 비난이 빗발치는 것은 당연하다. '한 자리를 노린 투항'이라는 등, 정치적 순수성을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우리는 황씨가 어떤 의도나 동기를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 정치사에 드물지 않은 지식인의 일탈적 정치참여로 의심할 구석이 있는 반면, 그의 주장 가운데 공감이 가는 대목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진정성을 자세히 살피지 않은 채 거친 욕설을 앞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황씨의 말대로 우리사회가 당면한 난제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고전적인 진보와 보수의 틀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대북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 정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그가 이 대통령의 중앙아 순방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해 달라는 요청에 응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었다고 한다.
물론 몽골과 남북한, 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알타이 문화연합'이나 '몽골+2 코리아' 구상은 언뜻 '작가적 상상'에 가깝고 논란할 여지도 많다. 하지만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경색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황당한 공상으로 여길 일만은 아니다.
황씨의 발상은 13일 진보와 보수가 남북관계의 새 패러다임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출범시킨 '북한정책포럼'의 취지와도 맥이 닿는다. 자신을 중도지식인으로 새로이 규정, 고착된 이념 대립의 틀을 넘어서겠다고 선언한 황씨의 변신이 지식인의 진정어린 모색으로 귀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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