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풍물을 소개하는 '도전 지구탐험대', 세계 각지의 먹거리를 소개하는 '요리보고 세계보고' 등 공중파와 케이블TV의 인기 여행프로그램 PD였던 박정호(44ㆍ사진)씨가 중국 서부와 태국, 인도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을 주유한 여행기 <지구에서 단 하나 뿐인 하루를> (플럼북스 발행)을 냈다. 지구에서>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 윈난성의 고도 리지앙, 인도 북부 라다크 등을 거쳐 중국 칭다오에서 마무리된 여정이다. 책에서는 2008년 3월에서 10월까지 8개월에 걸친 여정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직장생활을 하는 10여년 동안 30~40여개 나라를 돌아다닌 그에게 세계여행이 새로울 것이 있으랴 싶지만, "이번 여행처럼 마음의 자유를 준 여행은 없었다"는 것이 박씨의 변.
요즘은 미국,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 여행만큼이나 오지여행에 대한 관심이 늘긴했지만, 박씨의 발길이 닿은 곳은 오지 중의 오지라 할 만한 지역들. 몽족, 자오족, 따이족 등 베트남 소수민족들이 사는 고산도시 사파, 태국 치앙마이의 산골마을 빠이, 인도의 알프스라 불리는 마날리 등에 그의 발길은 닿았다.
물론 박씨가 찾은 많은 오지들도 빠르게 관광지로 변하고 급속히 자본주의의 물결이 휩쓸고 있지만, 그는 이곳을 '가난하지만 행복에 겨운 사람들의 모습을 아직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못 살지만 세속적인 욕망보다는 영혼의 살찌움을 훨씬 우선시하지요. 정신적인 여유를 갖고 사는 이들의 삶은 우리 사회의 유별난 배금주의를 돌아보게 합니다."
박씨는 그러나 그곳에서 관광객들이 뿌린 돈이 어김없이 외지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현실, 공동체적 삶이 파괴돼가는 현실도 놓치지 않는다. 헬레나 노르베지 호지의 <오래된 미래> 로 잘 알려진 라다크가 대표적이다. 도로가 들어오고 병원이 세워지고 이전에 구경도 못했던 돈도 구경하게 됐지만 이제 이들 가족간의 대화는 끊어졌다.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 과 '소외'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 라다크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오래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2007년 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장기여행자의 길에 들어선 박씨의 계획은 아프리카에서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이동식 밥차를 운영하는 것. "탐욕과 이기심만 버려도 사람의 눈빛이 호수처럼 맑아질 수 있어요. 여행은 경제적 생존에 매몰돼 있는 우리를 반성하게 합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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