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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40> 별에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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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40> 별에 별

입력
2009.05.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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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별 - 심보선

별에 별 나무가 자라고

별에 별 꽃이 펴요

별에 별 새가 날아다니고

별에 별 짐승이 울부짖어요

별에 별 이름의 나라들

별에 별 모양의 기념비들

별에 별 가게에

별에 별 물건들

별에 별 사람들이

별에 별 사랑을 나눠요

별에 별 이별도 하겠죠

별에 별 진실과

별에 별 거짓말이 만나니

별에 별 노래가 탄생하네요

별에 별 느낌이 충만해져요

별에 별 사건이 터질 거예요

별에 별 세상에

별에 별 일이 다 있다니까요

●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나는 종종 소리 내어 읊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별 헤는 밤에 왜 시인은 '별에 별' 이름들을 불러보게 되는 걸까. 별빛은 언제나 그리운 사람을 찾아오는 걸까. '별에 별' 사람과 사물의 이름만이 고향의 밤하늘로 귀환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별에 별 사랑과, 별에 별 이별과, 별에 별 진실과, 별에 별 거짓말과, 별에 별 노래와, 별에 별 느낌과, 별에 별 사건이 밤하늘에서 탄생하고 충만해지고 오오오 폭발한다. 오늘 밤하늘은 지나치게 시끄럽고 붐빈다. 나의 사랑도 그리움도 지나치게 시끄럽고 붐빈다.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ㆍ심보선 1970년 생.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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