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A 방역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명암이 극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가장 먼저 감염자가 발생했던 한국은 2주째 추가 사례가 없어 한숨을 돌리고 있는 반면, 일본과 중국에서는 5월 중순 이후 환자가 속출하면서 뒤늦게 초비상 대응을 하고 있다.
17일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세번째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국내에서는 2주째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까지 접수된 신고는 총 520건. 506건은 비감염이 확인됐고 나머지 14건 중 11건은 검사가 진행 중이며 감염이 확인된 3건은 환자들이 모두 완쾌됐다.
반면 일본은 고베와 오사카 등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17일 이바라키시의 한 고등학교 학생 11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이날 하루에만 확진 환자 67명이 늘어나 일본인 감염자는 총 79명으로 집계됐다.
중국도 이날 현재 공식 감염자가 5명(WHO 통계 기준)으로 늘어나 한국을 추월한 데 이어, 방역의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수도 베이징에서 감염자가 확인돼 중국 정부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기세가 꺾인 신종플루가 중국과 일본에서는 갈수록 맹위를 떨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신종플루 안전지대가 된 이유를 국민의 높은 보건의식과 특유의 여행문화에서 찾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한국인은 어느 나라 국민보다 방역 당국의 지침을 잘 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유치원 꼬마까지 '손 씻기 운동'에 나설 정도로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며, 해외 여행객들이 사소한 이상 증세도 신고하는 등 협조해 준 덕분에 추가 확산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신종플루 최초 발생지역인 북미지역이 고교생 수학여행 대상지가 아니라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수학여행은 단체 여행인 데다가 비교적 저렴한 곳에 투숙하기 때문에 개인 여행에 비해 위생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인 감염자 중 4명은 미국 수학여행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 이후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된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도 성공적인 초기 대응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신종플루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규명해 대응 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 첫 감염자인 51세 수녀로부터 분리한 신종플루 바이러스 'A/Korea/01/2009 (H1N1)swl'의 유전자 8종의 염기서열을 모두 확보해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미국 유전자은행(GenBank)에 등록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구조가 매년 겨울 유행하는 계절 인플루엔자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며 "효과적인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바이러스 항원성의 변이 연구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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