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별-조은
그는 산을 올랐다
뜨거운 눈물 항아리를
혹처럼 지고 갔다
그는 자주 멈춰 하늘을 봤고
바늘처럼 그림자를 찔러 대는
빛살도 응시했다
산에서는 그가 사는 도시가
한 송이 가시연꽃처럼 보였다
모퉁이를 돌 때 그의
두 눈이 역광 속에서 빛났다
같이 가던 사람이 눈물을 닦으며
낮은 목소리로 “감격이야!” 했다
그는 그 하루에
바라보던 별에
성큼 다가갔다
● 산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듭니다. 그가 산에서 우는 것을 보았지요. 아래로는 그의 흐느낌이 흘러내리는 계곡이 깊이 상처 난 가슴처럼 멀리까지 갈라져 있었어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리고 낮이 다 가고 캄캄해지자 우리는 문득 별 가까이 와 있단 걸 깨달았어요. 낮에는 울기만 했는데, 우는 동안 어느새 산 하나 높이만큼 별 가까이 와 있군요? 밤하늘을 올려다 본 날부터 그 사람과 평생 친구하기로 약속한 그의 별! 밤기운으로 맑게 씻긴 그의 얼굴이 생각 깊은 하늘의 친구에게 뭔가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서동욱(시인ㆍ서강대 철학과 교수)
ㆍ조은 1960년 생.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따뜻한 흙> 등. 따뜻한> 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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