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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39> 그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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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39> 그의 별

입력
2009.05.1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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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별-조은

그는 산을 올랐다

뜨거운 눈물 항아리를

혹처럼 지고 갔다

그는 자주 멈춰 하늘을 봤고

바늘처럼 그림자를 찔러 대는

빛살도 응시했다

산에서는 그가 사는 도시가

한 송이 가시연꽃처럼 보였다

모퉁이를 돌 때 그의

두 눈이 역광 속에서 빛났다

같이 가던 사람이 눈물을 닦으며

낮은 목소리로 “감격이야!” 했다

그는 그 하루에

바라보던 별에

성큼 다가갔다

● 산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듭니다. 그가 산에서 우는 것을 보았지요. 아래로는 그의 흐느낌이 흘러내리는 계곡이 깊이 상처 난 가슴처럼 멀리까지 갈라져 있었어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리고 낮이 다 가고 캄캄해지자 우리는 문득 별 가까이 와 있단 걸 깨달았어요. 낮에는 울기만 했는데, 우는 동안 어느새 산 하나 높이만큼 별 가까이 와 있군요? 밤하늘을 올려다 본 날부터 그 사람과 평생 친구하기로 약속한 그의 별! 밤기운으로 맑게 씻긴 그의 얼굴이 생각 깊은 하늘의 친구에게 뭔가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서동욱(시인ㆍ서강대 철학과 교수)

ㆍ조은 1960년 생.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따뜻한 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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