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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도… 블랙베리도… '찻잔속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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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도… 블랙베리도… '찻잔속 태풍'

입력
2009.05.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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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키아'이지만 한국시장에만 오면 작아 지고 만다. 최근 밀리기는 했어도 여전히 '빅5'에 속하는 소니에릭슨 역시 국내 시장에선 영 맥을 못쓰고 있다. 도대체 무슨 연유일까.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키아, 소니에릭슨, HTC, 림 등 국내 출시된 외산 휴대폰들이 판매 부진으로 일제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제품은 결함과 기능 제한 등으로 이름값조차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경우가 소니에릭슨이 지난 3월 SK텔레콤용으로 출시한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1'. 이 제품은 자판 일부를 잘못 만들어 '세미 콜론(;)'이 2개로 중복 인쇄됐으며, 일부 기능을 실행했을 때 작동 시간이 오래 걸려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판매량이 SK텔레콤은 1만2,000대로 주장했으나, 업계에서는 약 5,000대 가량 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1위 노키아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내시장에서 한차례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뒤 이번에 재도전에 나섰지만, 좀처럼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KTF용으로 지난달 초에 나온 노키아의 스마트폰 '6210S'는 지금까지 약 2,500대 가량 팔렸다. 이 제품은 해외에서 휴대폰 주변 지도가 나타나 길을 찾을 수 있어 '내비게이션폰'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국내에서는 보안상 이유로 가장 중요한 내비게이션 기능이 빠졌다. 국내 지도를 노키아 서버에 저장해 놓고 제공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보안을 이유로 이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

그래서 SK텔레콤에서도 이 제품을 내비게이션 기능 없이 다음달에 출시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개발한 T맵을 탑재하는 방안을 제의했으나 노키아에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제품은 가장 중요한 기능이 빠진 반쪽짜리 제품이 됐다.

지난해 12월에 나온 캐나다 림사의 스마트폰 '블랙베리'와 대만 HTC가 3월에 선보인 스마트폰 '터치 다이아몬드'도 판매가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 '블랙베리'의 경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애용하는 휴대폰으로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지만, 지금까지 팔린 국내 판매량은 2,000여대에 불과하다. 터치 다이아몬드는 고작 1,000여대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제품과 이용자 환경(UI) 등이 달라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다루기 익숙치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업체에 크게 뒤쳐지는 고객센터 등 사후 관리(AS) 체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통사들도 외산 휴대폰 확대를 망설이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새로 휴대폰을 시장에 내놓으면 판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그런 만큼 휴대폰이 안 팔리면 고스란히 손실로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산 업체들의 경영 악화도 골치거리다. 세계 5대 업체였던 모토로라, 소니에릭슨은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 급감하면서 사업 철수설이 도는 등 사실상 '마이너 업체'로 전락했다. 따라서 부정적 이미지를 꺼리는 이통사들로서는 몰락하는 업체들의 제품을 적극 들여오기 힘든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국산폰보다 기능이 떨어지는 외산폰은 선택하지 않는다"며 "외산업체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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