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접기'가 아니라 '종이 오리기'라는 것도 있다는 걸 번역하는 이은주씨 덕분에 알았다. 책상에 굴러다니는 포스트 잇을 한 장 집어 반으로 접더니 한 삼 분 가위질을 했을까, 머리를 총총 땋아내린 빨강머리 앤이 만들어졌다. 일본 유학 시절에 배웠다고 했다. 수업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밤 늦게 자신의 상자 같은 방으로 돌아오면 불안하고 외로웠다. 아무 잡지나 찢어 종이 오리기를 했다. 타지에서의 외로움이 어땠을지 그가 블로그에 올린 루돌프 사슴을 보니 알 것 같다.
성탄절 전야 집 생각을 하며 종이를 오려갔을 것이다. 지금까지 통틀어 혼자 지냈던 시간이라야 몇 년 전 원주에서의 여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장편을 마무리할 작정으로 대학의 기숙사를 빌려 들어갔는데 가방 두 개의 짐을 풀고 나자 할 일이 없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방해 없이 마음껏 책을 읽고 글도 쓰고 식사도 하고 싶을 때 하면서 빈둥대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정작 혼자가 되자 어쩔 줄을 몰랐다.
방학이라 학생들이 빠져나간 기숙사는 너무 고요해서 오히려 시끄러웠다. 버스를 타고 원주 시내로 나가 배회하다 돌아오곤 했다. 이은주씨가 충고했다. "혼자 남겨진 시간 속에서 내가 보이지 않을까요?" 그 여름 그렇게 돌아와놓고는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툴툴대고 있는 내 모습이라니.
소설가 하성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