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된 내부 인사들을 향해 칼을 들었지만, 모두 사법처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뇌물수수 혐의의 전제가 되는 직무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기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더 엄격히 하겠다"고 천명한 상태여서 일부 검사들은 사법처리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민유태 전주지검장(검사장)을 '피의자'가 아닌 '피내사자'로 소환 조사한 것은 직무관련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의 마약 혐의를 수사한 인연으로 20년 동안 박 전 회장과 알고 지낸 민 검사장은 몇 차례 금품을 받았고, 대검 마약ㆍ조직범죄부장이었던 지난해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1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 검사장이 돈을 받은 시기에 박 전 회장의 사업장 관할지역에서 근무한 것이 아니어서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기소를 하지 못하고 파면조치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 검사장과 동행했다가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최모 대검 과장은 "봉투에 돈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다음날 귀국길에 공항에서 민 검사장에게 줬다"고 해명하고 있고, 민 검사장도 이점은 인정하고 있어서 혐의를 벗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내부인사로 리스트에 오른 김모 검사의 경우는 사정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검사는 부산지검과 창원지검에서 근무하면서 박 전 회장과 어울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박 전 회장의 사업 근거지를 관할하는 지역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돈을 받았다면 직무연관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 검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신호탄으로 박연차 리스트에 등장하는 법원, 경찰, 국세청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법원에서는 지역법관 A씨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부산ㆍ경남지역 기관장을 지낸 다수의 경찰 및 국세청 인사들이 전별금 등의 명목으로 박 전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공직 사회에도 본격적인 '박연차 태풍'이 불어 닥칠 판이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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