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생아 10명 중 4명은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에게서 태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외출산을 인정하는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가 미혼여성의 출산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2007년 말 현재 미국에서 미혼여성으로부터 태어난 신생아가 170만명에 달해 전체 출산 아동의 39.7%를 차지했다"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행한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1980년의 18%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혼외출산은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혼여성의 출산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급증하는 추세다. 영국의 경우 미혼여성으로부터 아이가 태어나는 비율이 1980년 12%에서 2007년 44%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캐나다는 13%에서 30%로, 이탈리아는 4%에서 21%로 증가했다. 일본은 1%에서 2%로 높아졌다.
미혼여성 출산 비율이 상승하는 것은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여성이 늘어나는 등 여권 신장에 따른 사회적 변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혼모 가운데 10대의 비율은 2007년 현재 23%로 1970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스테파니 벤추라 CDC 출산통계연구소장은 "결혼을 원치 않는 여성들이 이제는 아이만이라도 갖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미혼여성의 출산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혼모 자녀에게서 나타나는 사회성 결여 등의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로사나 헤르츠 웨슬리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는 여전히 결혼을 통해 이뤄지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이 구분돼 있다"면서 "미혼여성을 엄마로 둔 아이들은 사회적 적응이 아무래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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