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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칸 영화제서 시사회…"흥미롭다" "영감 없다" 엇갈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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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칸 영화제서 시사회…"흥미롭다" "영감 없다" 엇갈린 평가

입력
2009.05.18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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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 "새로운 영감이 없다."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대한 프랑스 칸 현지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새롭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기존 흡혈귀 영화를 넘어서진 못했다"는 비판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국내 개봉(4월 30일)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벌어진 격한 논란이 칸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 현지 반응 엇갈려

14일 오후 4시 30분(이하 현지시간) 열린 '박쥐'의 첫 시사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은 두 갈래였다. 신의 존재와 인간 구원, 사랑의 영속성 등에 대한 질문을 블랙유머로 풀어낸 '박쥐'에 대해 많은 기자들이 2시간 13분의 상영시간 동안 웃음을 터트리며 호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거나 부러진 뼈가 몸 밖으로 드러나는 등 잔혹한 장면마다 짧은 탄식과 함께 고개를 돌리는 기자들이 적지않았고 자리를 떠나는 기자들도 더러 있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나온 기자들의 반응도 그들의 '박쥐'에 대한 호불호를 가늠키 어렵게 했다.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중국권에 배포되는 영화주간지 '무비 뷰'의 빙타오 유안씨는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다.

'친절한 금자씨' 보다 뛰어난 영화"라고 호평한 반면 프랑스 종합 월간지 '히스토리아'의 기자는 "좋은 영화지만 지루하게 봤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해외 유력 영화 잡지들도 상반된 리뷰를 내놓았다. 미국 연예전문 주간지 '버라이어티'는 15일 온라인 리뷰를 통해 "진정한 영감이 수혈돼야 할, 지나치게 긴 코미디"라고 평가했다. 버라이어티는 "송강호는 존재감이 없다. 그러나 김옥빈의 연기는 대단한 놀라움"이라고 덧붙였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시사 전 게재한 한국 통신원 달시 파켓의 리뷰를 통해 "'박쥐'는 대중적이진 않지만 걸작들이 지닌 시적인 힘을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 "이야기 친절한 영화 만들려 했다"

박찬욱 감독과 주연 배우 송강호와 김옥빈은 15일 낮 12시 30분 영화제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은 50분 가량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주로 '흡혈귀가 된 신부'라는 영화 소재에 대한 질문이 박 감독에게 집중됐다. 박 감독은 "남을 죽여야 자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흡혈귀를 통해 현대인의 실존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관객들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최대한 친절하게 풀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대신 "내 영화 중 가장 감각적인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며 "눈과 귀로 느끼고 심지어 냄새까지 맡아질 수 있는 영화를 연출하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가톨릭계의 반발이 신경 쓰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숭고한 인본주의자를 찾다 신부를 주인공으로 삼았고 사제를 조롱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흡혈귀 영화를 만들면서도 송곳니와 오래된 성, 십자가, 마늘 등 장르적 전통을 최대한 배제한 새롭고 사실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박 감독은 '박쥐'의 밑바탕이 된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깡'에 대해 "내가 아주 뛰어난 소설가면 이런 소설을 썼을 것"이라고 평가한 뒤 "'박쥐'는 가장 사실적인 자연주의 소설과 가장 환상성이 강한 흡혈귀 소재가 만난 영화"라고 규정했다.

칸=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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