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빅스타들의 희비가 2008~09 시즌 막바지를 맞아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나이가 무색하게 맹활약을 펼치며 '제 2 전성기'를 맞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명성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민망한 성적표를 받아 든 이들도 있다. 유럽축구를 쥐락펴락했던 베테랑 골잡이들의 2008~09 시즌 희비 쌍곡선을 대조해본다.
■ 클래스는 변함이 없다
축구 속설 중에 '클래스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일정 수준에 올라선 선수의 기량은 쉽게 쇠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필리포 인차기(36ㆍAC 밀란)와 라울 곤살레스(33ㆍ레알 마드리드)가 올시즌 보여준 '킬러 본능'은 이 같은 속설이 나오게 된 까닭을 설명해주고 있다.
인차기는 올시즌 세리에 A 22경기에 나서 13골을 터트리는 놀라운 골 결정력을 과시했다. 3월10일 아탈란타전(3-0)에서는 세 차례의 슛을 모두 골로 연결시키며 '원샷 원킬'이 무엇인지 보여줬고, 4월20일 토리노전(5-1)에서는 시즌 두 번째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라울은 스페인 대표팀 재발탁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4경기에 나서 18골 7도움을 올리며 곤살로 이구아인(19골)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끈 라울은 지난 2월에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뇨의 레알 마드리드 통산 최다골(309)을 넘어서며 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앤드리 셰브첸코(33ㆍAC 밀란)는 한때 '공포의 스트라이커'로 불렸다. 특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펄펄 날았다. 그러나 '천재 스트라이커'는 현재 '둔재'로 전락했다.
셰브첸코는 올시즌 세리에 A 17경기에 나섰지만 골 맛을 보지 못했다. 남은 2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할 경우 셰브첸코는 94년 디나모 키에프에서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정규리그 무득점이라는 치욕을 남기게 된다.
한때 라울과 함께 '스페인 무적함대의 쌍포'로 명성을 떨쳤던 페르난도 모리엔테스(33ㆍ발렌시아)는 17경기에 나서 단 한 골에 그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스페인 대표팀의 기둥인 다비드 비야와 다비드 실바에 밀려 출전 기회를 얻기조차 힘든 상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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