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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盧 증거인멸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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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盧 증거인멸 '자충수'

입력
2009.05.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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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악수(惡手)를 둔 것일까. 검찰이 노 전 대통령측의 잇따른 '증거 없애기'에 대해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넘어선 것인지 검토하기로 했다. 전직 대통령 가족의 수사방해 행위에 여론도 급속히 나빠지고 있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말 맞추기는 피의자의 방어권에 포함된다고 생각하지만, 증거를 파기하는 행위가 방어권의 일부인지 증거인멸인지 검찰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돈으로 매매계약한 주택의 계약서 원본을 찢어버리고, 권양숙 여사가 박 전 회장에게서 선물로 받은 억대 시계 2개를 버렸다는 것에 대한 언급이다.

검찰은 일단 이 같은 행위가 증거인멸죄가 적용될 대상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피의자 본인이나 친족, 동거자 등이 증거인멸 행위를 했더라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범죄에 대해 증거를 없앨 때만 적용된다.

그러나 본인이나 가족의 증거인멸 행위를 처벌할 순 없어도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를 판단하는 데는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에겐 갈수록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뇌물 액수가 많더라도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으나, 증거인멸 행위까지 알려지면서 구속영장 청구 여론이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측의 고민은 점점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재판과정에서 자신들의 주장의 신뢰성을 의심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점이다. 검찰로선 재판에서 노 전 대통령측의 방어논리를 깨기 위해 이를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로선 노 전 대통령측을 압박할 유리한 정황들을 확보한 셈이지만, 신병처리와 관련해선 오히려 고민이 더 커졌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측이 있는 사실을 모두 시인하고 검찰에 협조했다면 쉽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는 없는 사안인데, 상황이 달라져 검찰의 결정이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노 전 대통령측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권 여사에 대한 재소환 조사가 남아 있는 만큼,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측이 태도를 바꿔 검찰에 협조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압박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이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 전략 수정과 태도변화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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