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낫토
물질이 무엇이든 해 줄 수 있는 시대라지만, "얼마면 돼?"라고 대사를 읊조리는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사랑을 얻지 못해 불행하다. 얼마 전, 돌풍 같은 시청률을 올린 드라마는 부유한 가문의 도련님들을 주인공으로 잡았지만 결국 '돈으로 못 사는' 사랑을 얘기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랑, 정성, 건강은 그렇게 날이 갈수록 더 중요시되고 있다.
음식 글을 쓴다는 이유로 주변으로부터 '건강식'에 관한 문의가 잦은데, 그럴 때마다 내가 특히 권하는 메뉴가 있다. 바로 '낫토'.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낫토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더 많이 먹어 왔다.
모든 콩 요리가 그러하듯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게다가 낫토에는 혈전을 녹이는 효소가 함유되어 있어서 패스트푸드나 고기, 튀김 등을 자주 먹는다면 반드시 챙겨야 할 먹거리다.
청국장과 낫토가 어떻게 다른가는 만드는 과정에 있다. 청국장은 삶은 콩을 바구니에 담아 짚을 덮어 아랫목에 두었던 할머니식 제조법이 정답이지만, 요즘은 온돌방 대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발효실이라든가 잡균이 생기지 않는 위생 시설에서 만든 청국장이 상품으로 나와 있다.
옛날에 집에서 만들던 청국장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냄새가 진해서 반드시 찌개 등의 형태로 먹어야 했다면 요즘 출시되는 '생청국장'은 '낫토'처럼 먹기도 한다.
'낫토'는 몸에 좋은 '낫토균'을 배양해서 만든다. 청국장보다는 냄새가 약하다고 하지만, 처음 먹을 때에는 청국장이나 낫토나 마찬가지로 낯설다. 낫토는 익혀 먹지 않아도 좋을 만큼 선별적으로 투입된 균만 함유되어 있는데, 아무리 몸에 좋다 해도 일본 수입품이 대부분이어서 자주 먹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콩 하나만 수십 년째 연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 제주산 콩으로 낫토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낫토는 유통 기한의 문제로 인해 냉동 상태로만 판매하는데, 국산 콩으로 만든 국산 낫토는 얼리지 않은 생콩 그대로다.
■ 낫토 먹는 법
시판되는 낫토 포장을 뜯어 보면, 겨자와 맛간장이 들어있다. 낫토나 청국장의 영양분은 콩과 콩 사이에 생겨난 가느다란 실에 있다고 보면 되는데, 잘 발효시킨 생청국장의 경우 그 실의 길이가 1미터를 넘기도 한다고. 낫토를 먹을 때는 일단 젓가락으로 열심히 저어 주어야 한다.
저으면 저을수록 실이 많아진다. 여기에 손톱만큼의 겨자와 맛간장 한 작은 술이면 양념이 끝난다. 집에서 생청국장을 발효시켜 먹을 때에도 겨자 약간에 가다랑어포를 띄워 맛을 낸 다시마 국물과 간장을 배합하여 만든 맛간장을 이용하면 한결 맛있다.
요구르트나 청국장을 만들 수 있는 발효기를 인터넷으로 구매한 지 삼년 째, 매번 낫토를 사 먹기 부담될 때에는 직접 만든 생청국장도 좋다.
국산 콩을 불려서 충분히 삶고, 채반에 받쳐 열기를 식힌 다음 제조기에 넣기만 하면 되니까 비가 와서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날이나 한가한 주말에 만들면 좋겠다. 정성껏 만든 생청국장에 가느다란 실이 얼기설기 생겨난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낫토든 생청국장이든 그 자체로도 맛있다. 약간의 양념으로 콤콤하던 냄새는 가려진다. 비타민 C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풋고추나 쪽파를 잘게 썰어 섞어 먹으면 영양 보완이 된다.
밥 위에 얹어 김 싸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문제는 아이들이 잘 안 먹는다는 건데, 그럴 때에는 계란말이에 넣는다거나 오므라이스나 볶음밥에 섞어 넣는 방법이 있다.
낫토를 잘 못 먹는 어른이라면 잘게 다진 무를 초절임하여 양념한 낫토와 섞어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무나 오이처럼 아작아작 씹히는 차가운 채소의 청량감으로 낫토의 텁텁함이 어느 정도 가신다.
가락국수에, 스파게티에, 볶음밥에 낫토를 섞어 넣기만 하면 되는데, 주의할 점은 조리가 다 끝난 상태에서 낫토를 넣어야 한다는 거다. 낫토 속에 들어 있는 균은 생명력이 질겨서 고온에서도 살아 남는다지만, 그래도 신선한 상태로 먹는 것이 더 좋다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름이 오기 전에 감량하고 싶은 이들은 여러 가지 식이요법을 시도해 본다. 배고플 때마다 바나나를 먹는다, 탄수화물을 줄여 먹는다, 주스만 먹는다, 양배추로 만든 스프만 먹는다는 이들이 종종 있다.
최근에는 검은 콩을 꾸준히 먹어 좋은 결과를 봤다는 이들이 많은데, 단백질 식품인 콩은 체중을 빼 주는 동안 부족하기 쉬운 영양을 채워준다는 면에서 유리하다.
낫토나 청국장처럼 발효시킨 콩이든, 삶은 콩이든, 식초에 삭힌 초콩이든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겠다. 콩 먹는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술 담배를 자제하고 퇴근 후 30분씩이라도 걸어야 하겠지만. 참한 바람이 살살 불어 술 맛 나는 5월의 저녁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음식 에세이 <밥 시> 저자 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