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화두는 비즈니스 전략을 바탕으로 한 ‘윈_윈 외교’였다. 이 대통령은 단순히 친선교류나 세일즈 외교가 아닌 ‘기술과 자원 교환’이라는 원칙을 앞세워 상대를 설득하면서 공식 의제 이외의 과외 소득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카자흐 수도인 아스타나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키로 하고 실질적 협력 증진을 위한 행동계획(Action Plan)을 채택했다.
양 정상은 구체적으로 발하쉬 석탄화력 발전사업 협력협약과 잠빌 해상광구 석유탐사사업 및 보쉐콜 동광 개발, 브로드밴드 인터넷망 구축 협력, 광물자원 공동개발 협력 강화 등 총 1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탄화수소자원의 탐사ㆍ개발 협력 및 우라늄 분야 협력 확대, 중소형 원자로(SMART) 분야의 협력 증진도 추진하는 등 에너지 자원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다양화하기로 했다.
카자흐는 아연 텅스텐 매장량 세계 1위, 우라늄 은 크롬 세계 2위, 구리 망간 세계 3위, 원유 세계 9위에 이를 정도로 손꼽히는 자원부국이다. 우리로서는 놓칠 수 없는 전략지역.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철저히 최고경영자(CEO) 자세로 접근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열린 수행경제인 조찬간담회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정상과의 관계를 잘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원 많은 나라에 와서 손해를 보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경제인에게 현지에서의 민원과 애로사항을 꼼꼼히 적어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면서 즉석 제안을 해 관철시켰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카자흐 정부에게 한국의 경제개발 전략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 줄 테니 한국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카자흐 정부의 주요 국가사업계획 리스트를 달라”고 요청했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두 달 내로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중점 사업 리스트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카자흐가 한국의 와이브로 기술을 도입해 보급하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 검토를 요청하자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즉각 “삼성 측과 구체적 협의를 해 나가도록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이제 카자흐가 우라늄을 한국에 수출만 할 것이 아니라 리서치 단계에서부터 협력해 공동 개발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양 정상이 기대 이상으로 높은 수준의 합의를 할 수 있었던 데는 양국의 보완적 경제 구조가 크게 작용했다. 최근 산업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카자흐로서는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경험이 필요했고, 이를 이 대통령이 자원과 기술의 교환으로 엮어 냈다는 평가다.
여기엔 전날 밤 양 정상이 사우나 회동을 가지며 우의를 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은 당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폭탄주로 러브 샷을 하면서 “이것을 마시는 것은 너와 내가 하나라는 취지”라고 설명하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4박5일 간 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 등 중앙아시아 2개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14일 밤 귀국할 예정이다.
아스타나=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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